경제·금융 경제동향

[뒷북경제] 우왕좌왕 종부세, 다시 ‘상위 1%’ 프레임으로 묶을까

종부세 대상자 3만6,000명→67만명으로 20배 늘어

2006년 당시 전체 공동주택 1.6%에서 현재 3.7%로

과세기준 9억→12억 상향 논의했으나 '부자감세' 반발도





4·7 재보궐선거 참패로 여당이 부동산 민심이 뜨겁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집이 없는 이는 지나치게 높아진 집값에, 주택이 있는 사람은 높아진 세금 때문에 여당에 대한 불만을 표했습니다.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여당 내에서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러 의원 사이에서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 역시 종부세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05년 도입된 종부세는 참여정부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첫 도입 당시 3만6,441명이 종부세를 냈는데 15년이 지난 지난해 66만7,000명으로 20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정부 여당에서 상위 1%만 내는 부자세였는데,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내고 있다고 판단한 근거입니다. 물론 지난해 11월 김태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종부세 대상은 대한민국 인구의 1.3%뿐이라고 반박하기도 했지만요. 그런데 약간 이상합니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15년간 인구가 20배 증가한 것도 아닌데, 2005년에도 1%에 부과했던 세금이 대상자가 20배 늘어난 지금도 1%만 내는 세금이 될 수 있을까요.

비밀은 통계의 모수에 있습니다. 종부세 도입 당시 참여정부는 6억원 초과 공동주택이 14만740호로 전체 공시 대상 공동주택수인 871만3,830호의 1.6%를 차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모수는 전체 공시 대상 공동주택이지요. 김 원내대표는 이 모수를 대한민국 인구 전체로 바꿨습니다. 종부세를 가구에서 한 명만 낸다고 가정하면, 2018년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가 2.44명이니 종부세 부과 비율도 그만큼 줄게 됩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종부세 대상 주택은 3.7%”라고 답했습니다. 이 3.7%는 1가구 1주택 기준 종부세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 52만4,620호를 전체 공동주택 1,420만5,075호로 나눈 수치입니다. 참여정부 당시 계산법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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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경/서울경제DB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경/서울경제DB


정부 여당의 안처럼 공시가격 9억원인 종부세 부과 기준을 12억원으로 상향하면 3.7%가 다시 2%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공시가격 9억~12억 공동주택은 26만7,000가구로, 이 중 다주택자를 제외할 경우 20만 명 이상이 과세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당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부동산 세금을 완화하는 것이 되레 집값을 자극할 우려도 있기 때문입니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2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대한민국은 5200만의 나라이지, 52만의 나라가 아니다”며 “부동산 관련해서 쓸데없는 얘기는 입을 닥치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역시 23일 “원칙을 쉽게 흔들어버리면 부동산 시장 전체에 잘못된 메시지 줄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도 부담스럽습니다. 종부세는 누진세로 집값이 비쌀수록 세율도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그런 만큼 부과 기준을 상향하더라도 부과기준을 아득히 넘는 초고가 주택의 혜택이 가장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일례로 종부세 부과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했을 때,공시가 11억6,000만원인 서울 마포구의 염리 자이 84㎡는 1년에 55만원의 세금 헤택을 얻지만, 23억원이 넘는 서울 서초구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84㎡의 경우 1년에 500만원 이상의 세금이 줄어듭니다.

이런 만큼 직접적인 세제 완화 대신 금융 규제를 완화하자는 움직임도 나옵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3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부동산 대책은 청년 무주택자, 1가구 1주택자 대책 중심으로 논의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동수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역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와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오는 27일 첫 회의를 열고 부동산 정책 방향성을 둘러싸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세종=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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