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SK와이번스 1,352억 원에 인수>
소비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쿠팡과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기반의 e커머스 플랫폼들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깜짝 놀란 탓일까요. 신세계나 롯데 등 기존 유통 공룡들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기 바쁩니다. 어떻게 해서든 ‘생존’해야겠다는 절박함에 이들은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돌파구 찾기에 나섰습니다. 왜 이들이 인수 합병을 택했는지 그 이유를 조금 살펴봤습니다.
플랫폼 경쟁력 확보엔 인수만이 유일한 해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유통업계는 그야말로 ‘예측 불가능’했습니다. e커머스 시장이 161조 원 규모로 성장할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해 ‘대박’을 터트릴지 상상할 수 없었죠. 대격변의 시기입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가운데 새롭게 인프라를 갖추고, 인력을 채용하고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에 시간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쿠팡이 NYSE에 상장한 지 불과 2주 만에 새로운 물류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하고, 다음 달 경남 진해에 대형물류센터가 문을 열 전망입니다. 이 같은 속도로 볼 때 쿠팡이 꿈꾸는 ‘전국의 로켓생활권’이 실현되는 건 한순간일 겁니다.
인수 합병으로 단기간에 몸집을 불려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유통 대기업들로서는 유일한 해답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온라인 플랫폼 경쟁력 강화’로 귀결됩니다. 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한 이들로서는 플랫폼 자체를 인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죠. 이베이코리아가 ‘핫’한 매물이 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태생이 IT 플랫폼인 이베이코리아만 인수하면 단번에 기술력을 갖춘 주요 사업자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가장 공격적인 인수 의지를 보이는 곳은 롯데쇼핑입니다. 지난해 11월 부동산을 팔아 약 7,300억 원을 확보한 데 이어 지난 22일 롯데월드타워 및 롯데월드몰 지분 15% 전량을 롯데물산에 매각하면서 약 8,300억 원을 추가 확보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자금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죠. 여기에 신세계, SK텔레콤, MBK 파트너스도 이베이코리아 예비 입찰에 참여한 상황입니다.
쿠팡·아마존도 장악 못한 패션에 군침
유통 대기업들은 패션 앱에도 군침을 흘리고 있습니다. SSG닷컴이 W컨셉을 인수한 게 대표적인 예죠. 이 인수전에는 롯데쇼핑도 참여한 바 있습니다. 이들이 패션 앱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패션 앱이야말로 쿠팡과 네이버 중심의 현 e커머스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할 길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주요 소비층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미래의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 아주 매력적이죠.
여기에 네이버나 쿠팡 등 종합 오픈마켓들이 패션만큼은 장악하지 못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옷을 사고 싶긴 한데 무슨 옷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 또는 ‘이런 느낌의 옷을 갖고 싶은데 딱 꼬집어 검색해서 구매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겁니다. 이런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준 게 바로 패션 앱들입니다. 지그재그, W컨셉, 에이블리 등 패션 앱들은 이용자들의 쇼핑 데이터를 기반으로 ‘취향 저격’ 옷들을 알아서 추천해주는 기술에 강점이 있습니다. 이는 ‘검색’ 중심의 종합 오픈마켓들이 장악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는 분야죠. 아마존도 패션에 수차례 도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쿠팡과 네이버 등 종합 오픈마켓들이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 그러나 미래 성장 가능성은 담보할 수 있는 분야. 바로 패션 앱이 이들에게는 최적의 선택이었던 겁니다.
“규모만 키우는 게 다는 아냐”…우려도 잇달아
하지만 일각에서는 규모를 키우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기존 사업과 어떻게 시너지를 낼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인수만 하는 게 과연 경쟁력 있는 길인가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 거죠.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유통 대기업들은 기술 기반에 유통 전략을 더하는 게 아니라 유통에 기술을 얹힌다는 관점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며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 없이 이들이 어떤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인수합병보다 체질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인 거죠. 여기에 더해 “플랫폼 기업들이 대기업 인수로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잃어버리고 대기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과연 유통 대기업들이 쿠팡과 네이버의 성장에 맞서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다음 달로 예정된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는 누가 참여할지, 인수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물음표만 계속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길 바라봅니다.
※‘백주원의 리셀(Resell)’은 시시각각 급변하는 유통 업계의 이야기를 알기 쉽게 쏙쏙 재정리해 보여드리는 코너입니다.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