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태어나 사실상 한국의 정체성을 지닌 영주권자의 자녀들이 손쉽게 국내 국적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미래 인적자원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26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적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하국과 유대가 깊은 영주권자의 미성년 자녀는 법무부 장관에게 국적취득 신고만 마치면, 곧바로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우선 대상은 2~3대에 걸쳐 국내에서 출생하거나 한국과 역사적, 혈통적으로 우대 관계가 깊은 영주권자들이다. 재외동포나 한국에 거주하는 화교 등 약 국내 출생자녀 약 3900명이 수혜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영주권자의 자녀는 국내에서 태어나 정규 교육과정을 밟았더라도 부모가 한국 국적을 갖고 있지 않으면, 성년이 된 후에야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다.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6세 이하의 자녀는 별도 요건 없이, 7세 이상은 국내에서 5년 이상 체류하면 국적 취득 신고가 가능하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혈통과 출생에 의한 국적취득방식을 병행하고 있고, 우리 국민 및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외동포, 재한화교 등의 국내출생자녀가 한국 국적을 얻는 것에 대해 약 80%가 긍정적이라고 답변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 제도도 포함됐다. 기존에는 병역 준비역에 편입된 복수국적자가 국적선택기간(만 18세 3월) 내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못했을 때 병역 의무를 해소하기 전까지 국적이탈이 제한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일률적으로 국적이탈을 제한하는 규정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렸고, 법무부는 예외 규정을 신설했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외국에서 살고 있거나 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 들어온 적도 없는 사례 등 본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사유로 국적을 포기하지 못해 중대한 불이익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국적을 이탈할 수 있게 했다.
예외적 국적이탈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는 내·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적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토록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적제도는 국가 공동체의 구성원을 결정하는 것인 만큼 국적법 개정은 그 근간이 되는 국민들의 의견 수렴이 필수적”이라며 “입법예고 기간 동안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청취해 최종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