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페인트 업계 빅5(KCC·삼화페인트·노루페인트·강남제비스코·조광페인트)의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건설 경기가 회복되고, 유가·원자재 가격도 오르면서 페인트 가격도 함께 인상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적 개선에 따라 항바이러스 기능성 도료 제품 분야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한 마케팅 경쟁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시장과 업계에서는 작년 호성적의 모멘텀에 힘 입어 올해 대다수 업체가 1·4분기 실적을 큰 폭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페인트 업계의 실적 상승 전망에는 작년 매출 선방과 건설 경기 회복,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가격 인상의 영향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훨씬 컸던 지난해에도 나쁘지 않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해 올해도 실적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고, 건설 경기가 회복되고 국제 유가가 상승한다는 점이 페인트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의 경우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원자재 가격도 상승 흐름이 꺾이지 않는 추세다. 실제 페인트 빅5 업체 모두 올 5~6월 제품에 따라 5~20%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원자잿값 상승에 따라 일부 제품군의 경우 판매할수록 손해가 발생할 정도”라며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가격 인상 폭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KCC(도료부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실적도 개선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KCC 도료 사업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1조 3,8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5.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541억 원으로 전년 18억 원보다 2,905.6% 증가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CC의 기존 본업인 도료 부문 실적은 아파트 분양 증가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을 받는다"며 “올해 도료 가동률이 회복됨에 따라 점진적인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다른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졌던 삼화페인트도 올해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평가다. 삼화페인트의 지난해 매출은 5,517억 원, 영업이익은 1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1%, 33.9% 늘었다. 국내에서는 방수재를 비롯한 건축용 도료가, 해외에서는 사업 다각화와 해외법인 주력 아이템인 전자재료, 플라스틱용, 중방식 도료, 분체 도료 매출이 늘었다. 특히 연달아 이차전지 화합물 특허기술 확보하면서 연내 페인트 외 제품군에서도 상용화 달성을 추진하고 있다.
노루페인트도 지난해 매출 6,429억 원으로 전년 대비 0.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23억 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0.6% 올랐다. 건축·공업용 도료사업 매출은 다소 주춤했지만 자회사인 노루코일코팅의 컬러강판(PCM) 도료 매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노루페인트는 지난 20일 노루코일코팅과 592억 5,700만 원 규모의 칼라강판용 도료 및 관련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강남제비스코는 매출 3,408억 원, 영업이익 27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흑자 전환했다. 건축용 도료 등의 매출이 늘고 판관비 감소로 인한 이익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조광페인트는 지난해 매출 2,01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올해의 경우 조광페인트도 페인트 업계 전체의 실적 상승 흐름을 타고 함께 흑자 전환의 수혜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페인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 건설·조선·자동차 등 경기 회복 신호가 업계에 기대감을 불어넣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실제 매출로는 가장 뒤늦게 이어지는 구조이니만큼 끝까지 마케팅과 가격 경쟁에 소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페인트 업계가 가격 인상으로 인한 실적 개선을 예상함에 따라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의 마케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삼화페인트는 창립 75주년을 기념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크리틱과 협업 제품을 출시했다. 노루페인트도 조성국 대표가 직접 행정안전부와 교육부가 기획한 '어린이 교통안전 릴레이 챌린지'에 동참하면서 열띤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조광페인트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ESG 경영 흐름에 발 맞춰 해양오염과 황사, 미세먼지를 테마로 하는 3가지 컬러를 새로 선보이며 적자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동현 기자 daniel@sedaily.com,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