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제러미 그랜섬






지난 1월 미국의 자산운용사 GMO가 고객들에게 띄운 서한이 개인투자자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제러미 그랜섬(Jeremy Grantham) GMO 회장은 투자 서한을 통해 “급기야 거품이 전설적인 수준으로 부풀어 올랐다”면서 “우리는 곧 몇 안 되는 역사적 붕괴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이 심장과 영혼을 던지고 넋을 잃었다”는 섬뜩한 표현까지 동원했다. 파산 보호를 신청한 회사의 주식마저 매집하는 개미들의 투기적 행태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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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섬은 GMO의 공동 창업주이자 가치 투자의 대표 주자다. 그는 뛰어난 위기 예측 능력을 발휘해 ‘월가의 전설’로 불리고 있다. 그가 1977년 설립한 자산 규모 1,200억 달러의 GMO는 그랜섬과 딕 마요(Dick Mayo)·반 오터루(Van Otterloo) 등 3명의 이름 첫 글자를 딴 것이다. 1938년 영국에서 태어난 그랜섬은 지금도 영국 국적을 갖고 있지만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월가에서 명성을 쌓은 것은 과거 주식 등 자산의 거품 붕괴를 정확하게 예측했기 때문이다. 그는 1989년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에 앞서 2년 전부터 일본 주식 포지션을 청산했으며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에 대비해 관련 주식을 매도했다. 2007년 9월에는 경제 전문지 포춘에 시장에 거품이 형성됐다는 내용의 글을 써서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했다. 그랜섬은 2003년 현대엘리베이터 등 국내 주식에 투자해 3개월 만에 100%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그랜섬이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과거 다른 어떤 버블과도 다르다”며 거품 붕괴를 다시 경고했다. 과거 버블은 경제 여건이 완벽에 가까워 보일 때 일어났지만 이번에는 경제가 어려운 상태에서 자산 시장이 치솟기 시작해 더욱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WSJ은 건축 자재부터 주식과 비트코인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자산 가격이 한꺼번에 치솟는 ‘전방위 랠리(Everything Rally)’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제는 과도한 낙관론에서 벗어나 ‘유동성 파티 후’를 대비해야 할 때다. 파티가 길어지면 치워야 할 접시도 그만큼 늘어나게 마련이다.

/정상범 논설위원 ssang@sedaily.com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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