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감염병·희귀질환 없는 세상이 되기를”…故 이건희 회장, 1조원대 사회 환원

■[재계 거인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의료공헌 1조원·미술품 기증·상속세 12조원 납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했던 고인 뜻 받들어

韓 최초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 등에 7,000억원

희귀질환 환아 치료와 인프라 구축에 3,000억원

개인 소유 미술품은 국립박물관 등 국민 품으로

유례없는 규모의 상속세에도 유족들 “당연한 의무”

고 이건희(왼쪽) 회장이 1990년 7월 삼성복지재단이 건립해 서울시에 기부한 ‘꿈나무 어린이집’ 개소식에 참석해 현판을 걸고 있다./사진제공=삼성고 이건희(왼쪽) 회장이 1990년 7월 삼성복지재단이 건립해 서울시에 기부한 ‘꿈나무 어린이집’ 개소식에 참석해 현판을 걸고 있다./사진제공=삼성




지난해 10월 25일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의료계에 대한 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을 통해 사후에도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다. 그간 국민적 관심을 받아온 고인의 재산은 의료계와 미술계를 중심으로 국가로 환원된다. 유족들은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라고 줄곧 말해왔던 고인의 뜻을 기려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5,000억원을 보태는 등 의료 공헌에만 1조원을 기부한다. 아울러 고인이 소장했던 미술품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해 전 국민이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삼성그룹은 28일 오전 고인과 유족을 대신해 1조원에 달하는 의료공헌과 개인 소장 미술품의 기증, 사상 최고의 상속세 납부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한 고인의 뜻을 중시하는 동시에, 전국 곳곳에 삼성의료원을 세워 한국의 의료복지를 증진하는데 힘을 보탰던 고인의 행적을 기렸다. 유족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사회환원 활동을 통해 유지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고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93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건설현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고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93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건설현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


의료공헌 1조원…韓 최초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 등에 7,000억원 기부

우선 고인이 사회 환원 하기로 결정한 1조원 가운데 7,000억원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는 코로나19를 포함한 감염병에 대응하는 인프라 구축에 활용된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며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과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지원에 쓰인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될 전망이다.



또한 고인은 소아암과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를 위해서 3,000억원을 서울대어린이병원에 기부한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은 향후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환아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와 치료, 항암치료, 신약치료 등에 대한 비용을 지원한다. 세부적으로는 백혈병과 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지원에 1,500억원을,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를 위해 600억원을 지원한다. 삼성은 이 재원을 기반으로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나머지 900억원은 소아암 등의 임상연구,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활용된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은 주관기관으로서 외부 의료진과 함께 위원회를 구성해 전국의 모든 어린이 환자들이 각 지역에 위치한 병원서 편하게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환아를 선정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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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소유 미술품은 국립 기관들에…유족들 “상속세, 당연한 의무”

국보급 미술품 기부도 이날 발표된 사회 환원의 주된 내용이다. 고인 소유의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2만3,000여점이 국립박물관 등에 기증된다. 이 가운데 미술계의 큰 관심을 모았던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 고려불화 ‘천수관음 보살도’ 등 지정문화재 60건은 국립박물관에 기증된다. 국립박물관 기증품에는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점도 포함된다. 이 밖에 김환기 화백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 하는 여인’ 등 근대 미술대표 작가들의 작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다.

이건희 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 참석해 딸 이부진(왼쪽 첫번째)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뒷줄 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 홍라희(뒷줄 왼쪽 세번째) 여사,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걸어가고 있다./서울경제DB이건희 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 참석해 딸 이부진(왼쪽 첫번째)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뒷줄 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 홍라희(뒷줄 왼쪽 세번째) 여사,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걸어가고 있다./서울경제DB


한편 삼성은 이날 발표에서 홍라희 여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이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역대 최고 수준의 상속세 규모다. 작년 한 해 한국 정부가 상속세로 거둔 세입 규모의 3~4배에 달하는 규모기도 하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올해 4월부터 5년간 여섯 차례에 걸쳐 분납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이 같이 결정했다고 삼성 측은 전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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