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이제는 必환경"...공장 폐수 재활용하고 '100% 분해' 종이컵 개발

[에코경영이 기업미래다]

<1> 친환경으로 경쟁력 높이는 기업

SK하이닉스 용·폐수절감 시스템

내년까지 구축해 환경경영에 박차

패션업계 어망 등 재활용 소재도

기업간 '에코 윈윈전략'도 잇달아


“기후변화나 팬데믹 같은 대재난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먼저 무너뜨리고 이로 인한 사회문제로부터 기업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리더로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며 탄소 제로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환경 경영에 박차를 가해주십시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재계의 주요 총수들이 올해 신년사에서 던진 화두들이다. 최태원 회장은 “사회와 공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면서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이슈에 대한 공감과 문제 해결을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진행되는 바이드노믹스와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이 맞물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필(必)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기원이 아직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기후 변화 등 환경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힘을 얻으며, 친환경 중심의 바이드노믹스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아젠다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친환경 경영이 이제 ‘비용’이 아닌 ‘미래 전략’으로, 또 ‘개인의 실천’에서 ‘기업 윤리’로 ‘인식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기업들은 신성장 동력 발굴과 신시장 개척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에코 경영’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다. 일찌감치 친환경 경영에 나선 기업들의 성과가 나타나면서 친환경 경영의 시너지를 얻기 위한 기업 간 협업 등 ‘에코 윈윈 전략’도 활발하다.

◇지속 가능한 ‘필환경’ 전략 짜는 기업들

최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영국의 카본트러스트로부터 ‘물 사용량 저감 사업장’ 인증을 받았다. 카본트러스트는 영국 정부가 지난 2001년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감축 방안의 일환으로 설립한 친환경 인증 기관이다. SK하이닉스는 국내 사업장을 기준으로 내년까지 물 6만 2,000톤을 재활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폐수처리장 후단에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용·폐수 절감 태스크포스’ 운영 계획을 마련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배달 급증으로 종이·플라스틱 사용이 동시에 급증하자 제지 업계에서도 친환경 상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림은 친환경 종이컵 ‘네오포레컵’을 내놓았는데 4주가 지나면 거의 분해되고 10주 차에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솔제지도 친환경 종이 포장재 ‘프로테고’와 친환경 종이 용기 ‘테라바스’를 개발했다.



패션 업계에서는 프라다와 멀버리가 바다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폐기물, 어망 등을 리사이클한 재생 나일론 소재 ‘에코닐’로 만든 컬렉션을 선보였다. 페인트 업계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뿜칠금지법(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기능성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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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간 에코 협업 활발

친환경 경영에 속도가 붙자 대기업과 스타트업, 대기업 간 협업 활동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솔제지는 배달의민족의 식자재 쇼핑몰 배민상회가 친환경 포장 용기 정책을 펼치자 재활용이 쉬운 친환경 제지로 만든 음식 용기를 공급하기로 했다. 올해 초 프랑스의 고가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는 실리콘밸리의 친환경 스타트업 마이코웍스와 손잡고 버섯 균사체로 만든 가죽인 ‘실비니아’로 가방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영국의 유명 패션 브랜드 스텔라 매카트니도 2021년 봄여름(S/S) 컬렉션에 ‘비건 가죽’을 적용한 제품을 공개했다. 미국 스타트업 볼트스레드의 ‘마일로’ 가죽을 적용했다. 마일로 원단은 버섯 균사체를 이용해 만든 원단이다.

기업들이 협업을 통해서라도 친환경 경영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사업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서울경제가 최근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올해 에코 경영(친환경 경영)이 경영 성과(매출·이익 등)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 수준이었다는 답변은 지난해 52.4%, 올해 51.7%로 비슷했고, 긍정적이었다는 반응은 31.5%에서 36.4%로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최근 ‘무라벨 생수’도 이 같은 에코 경영 성과 중 한 사례로 거론된다. 2월 말 GS25가 출시한 무라벨 PB 생수는 출시 시점 대비 한 달 뒤 매출이 472.1% 폭증했다. ‘버락 오바마,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신발’로 유명한 올버즈는 사탕수수·나뭇잎 등을 가공한 소재로 만드는 친환경 운동화 브랜드다. 매출액이 2017년 8,000만 달러에서 이듬해 1억 5,000만 달러로 두 배가량 성장했다.

◇기업들 “정부 친환경 지원책 더 늘려야”

이처럼 친환경이 관심을 넘어선 생존 전략이 되자 친환경 흐름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 영세한 기업들 사이에서는 위기감이 높다. 친환경 경영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경제의 ‘에코 경영 현황과 인식’ 설문에서 정부의 친환경 규제에 대해 ‘많은 부담이 된다’고 대답한 기업은 29.7%였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로 자동차의 산업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제대로 대처할 만한 능력이 없는 기업들도 많다”며 “환경 경영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


연승 기자·박호현 기자·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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