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방위적인 제재를 받고 있는 세계 최대 통신 장비 업체 중국 화웨이의 런정페이(사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처음으로 기업공개(IPO) 가능성을 거론했다. 시장에서는 비상장 경영 원칙을 고수해온 그의 심경 변화에 주목하면서 클라우드·인공지능(AI) 등 일부 사업부의 상장을 검토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및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25일 이런 내용이 담긴 런정페이의 서신을 회사 내부망에 공개했다.
서한은 대체적으로 화웨이의 현실과 직원들의 분발을 독려하는 내용인데, 특히 IPO 가능성을 언급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런정페이는 서한에서 “만약 향후 일부 사업이 점진적으로 자본시장으로 나아가려면(慢慢 走上 資本市場) 허위 장부 작성이 회사 규정 위반을 떠나 법률 문제까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서한이 작성된 시점은 3월 30일로 적시돼 있다. 이날은 화웨이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기 하루 전날이다. 화웨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8% 증가에 그쳐 그동안의 고성장세가 사실상 멈췄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나마 ‘애국 소비’로 버틴 중국 국내와 달리 유럽·중동 등 해외 시장의 매출은 크게 감소했다.
서한은 미국의 제재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화웨이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런정페이의 언급은 화웨이가 상장을 통해 자금 및 인력 수혈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런정페이는 화웨이가 상장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될 때 단기 이익 추구 등 외풍에 흔들릴 가능성이 많다는 게 이유였다.
업계에서는 만약 화웨이가 IPO를 한다면 AI·클라우드 등 일부 사업부의 상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아무래도 스마트폰, 통신 장비 등을 포함한 화웨이 전체를 상장할 경우 불투명한 지배 구조 등이 드러나게 돼 미국 등 서구권 사업에 더 큰 제약 요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화웨이는 최근 ‘화웨이 차’를 출시하는 등 AI와 클라우드 등에 집중 투자해왔다. 대규모 자금 투입 수요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SCMP는 “미국의 제재에 맞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화웨이가 사업 방향을 많이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