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시그널] 골드만삭스 "직방 지분 매각은 장기 투자 위한 것"

1차 투자 펀드 만기 탓 일부 차익 실현 후 2차 펀드 투자금 유지할 것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스타트업은 요즘은 낯설지 않다. 기술과 풍부한 자금 유동성이 결합한 결과다. 그렇다보니 일각에서는 고평가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 기업이 갖고 있는 경쟁력보다 더 높게, 돈이 이를 밀어 올렸다는 것이다. 원룸 중개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직방도 기업가치 1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앞으로도 급성장할 것인지 의구심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런 상황에서 골드만삭스의 사모투자조직인 PIA가 지분 일부를 매각하자 업계는 발을 빼는 게 아니냐며 술렁임도 있었다. 그러자 골드만삭스 측이 직방의 성장 잠재력은 여전하며 이번 매각은 장기 투자를 위한 포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28일 “직방에 대한 견해가 달라지지 않았으며 장기적으로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 “6년간 투자하다보니 펀드 만기(5년)가 다가왔고, 일부 차익을 실현해 펀드를 더 오래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분을 외부가 아니라 기존 투자자인 알토스 벤처스에 넘긴 것도 이 때문”이라면서 “창업자 안성우 대표가 계획한 10분의 1도 아직 실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2015년 1차로 직방에 380억 원을 투자했고, 2019년에는 다른 펀드를 통해 320억 원을 추가 투자했다. 2015년 직방의 기업가치를 2,000억원 안팎으로 평가했던 골드만 등 투자자는 2019년에는 7,000억 원으로 올려잡았다. 이번 지분 매각은 1차 투자 펀드 만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직방에 투자해 현재까지 지분을 유지하고 있는 벤처캐피탈(VC) 스톤브릿지벤처스 관계자는 “VC는 10개 투자 기업 중 1~2개에서서만 수익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직방은 수익을 기대하고 있는 투자처”라고 귀띔했다. 현재도 일부 VC가 직방에 대한 추가 투자를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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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방 투자자들은 안성우 직방 대표의 자질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안 대표가 신산업이 기존 산업과 부딪칠 때 대립하기 보다 해법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건설사와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로 정보통신 등을 활용한 혁신기업) 스타트업, 정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한국프롭테크 포럼을 이끌면서 신산업과 기존산업 간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건의를 하고 있다.

다만 직방의 매출 성장률이 25%에서 0.2%로 떨어지고 영업적자로 전환한 점은 미래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한 관계자는 “직방은 아직 데이터에 비즈니스 모델을 입히지 않은 상태여서 잠재력이 재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직방은 그동안 쌓은 고객 데이터를 토대로 한 사업 확장을 고심하고 있다. 건설사나 부동산 개발업자 등이 분양할 때 가장 세부적으로 타켓할 수 있는 대상을 직방에서 제공하는 등 신규 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직방 측은 주거와 고객 데이터를 이용해 할 수 있는 사업 기회가 많고 장기적으로는 해외 진출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

직방보다 앞서 창업한 해외의 부동산 관련 스타트업은 중개를 넘어 가격 예측까지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질로우는 1억 세대가 넘는 주택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부동산 가치 측정 툴인 제스티메이트를 개발해 가격을 예측해준다. 2016년 매출이 8억 5,000만 달러(약 9,500억원)에 달하며 현재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직방이 아직은 일반 부동산 중개업소 등 기존 산업과 대립하고 있고,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주거 생활과 관련한 서비스로 발전시킨다는 청사진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룸이 아닌 일반 아파트 임대와 매매 시장에서 아직 비지니스 모델이 확립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분양 시장이 활황인 상태에서 직방을 통한 타켓 마케팅이 얼마나 시장에 먹힐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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