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 규제 장기화 속에서도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가 정부의 연구개발(R&D) 사업 지원 1년 6개월 만에 6,000억 원의 경제 효과와 400명 가까운 신규 고용을 창출했다. 최근 2년간 30여 개 소부장 기업이 유턴하며 국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8일 경기도 안성의 소부장 기업 미코세라믹스에서 ‘소부장 R&D 수요-공급기업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성과를 공개했다. 간담회가 열린 미코세라믹스는 그간 전량 대일 수입에 의존했던 반도체 CVD 장비용 고온 히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소부장 독립에 앞장 선 상징성이 큰 기업이다. 간담회에는 미코세라믹스를 비롯해 SK하이닉스와 삼성SDI·현대모비스·에스앤에스텍·세코닉스 등 주요 소부장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정부는 지난 2019년 7월 일본이 불화수소 등 3대 품목의 수출 규제를 발표하자 한 달 후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을 마련하고 그해 9월 추경을 통해 확보한 예산으로 자체 기술 확보가 시급한 분야들에 자금을 긴급 투입했다. 정부는 △소재 부품 기술 개발 △제조 장비 실증 지원 △반도체·디스플레이 성능 평가 지원 등 3개 R&D사업에 지난해까지 총 2,485억 원을 투입했다.
산업부가 이들 3대 사업의 성과를 중간 집계한 결과 기업 매출과 투자가 각각 2,151억 원, 3,826억 원 증가해 약 6,000억 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했다. 아울러 신규 고용이 385명 늘어나고 특허 출원은 271건이 추가됐다. 윤창현 산업부 소재부품장비총괄과장은 “통상 R&D 지원 사업이 결실을 보는 데 3년은 걸리는데 긴급 상황에서 과감하고 혁신적 지원으로 1년 반 만에 가시적 성과를 올렸다”며 “오는 2024년까지 R&D 과제들이 순차 종료되면 경제적 효과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정부가 소부장 특별법을 만들어 2조 원 넘는 특별회계로 지원을 늘리자 2017년 2개에 불과했던 소부장 유턴 기업 수는 2019년 14개에 이어 지난해 18개로 급증했다. 국내 기업들은 그간 7건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도 성사시키며 100대 소부장 핵심 전략 기술 중 5건을 추가 확보하기도 했다. 여기에 정부가 소부장 특화단지를 올 2월까지 경기(반도체), 충북(이차전지), 충남(디스플레이), 전북(탄소 소재), 경남(정밀 기계) 등 5곳에 지정해 지방 산업 발전의 토대도 강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성 장관은 간담회에서 “국내 소부장 기업의 기술 개발 및 사업화 노력뿐 아니라 적극적인 기업 간 연대와 협력이 빛났다”며 “특히 일본 수출 규제시 ‘불가능의 벽’이라 여겨졌던 품목에서 성과를 냈기에 의미가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간담회 참석 업체의 대표들은 정부에 △기술 개발 및 사업화에 성공한 기업들의 해외 판로 개척 △소부장 전문 인력 양성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등을 건의했다.
한편 SK하이닉스와 미코세라믹스는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반도체 CVD 장비용 고온 히터에 관한 양사 간 협력을 기술 개발 및 성능 평가, 구매 등으로 확대하는 협약을 맺었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