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급기야 완성차 생산이 중단되면서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와이어링 하네스’공급이 끊겨 국내 자동차 산업에 큰 우려를 낳았던 악몽이 다시 재현될 조짐이다.
부산상공회의소는 29일 이러한 지역경제의 우려에 대한 실태파악을 위해 지역에서 매출액 100억 이상의 자동차부품 협력업체 90여 곳을 대상으로 한 긴급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실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현대차는 4월 들어 울산1공장을 7일간 휴업했고 아산 공장도 4일 가량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한국GM 부평공장과 쌍용차 평택 공장도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특히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5월 국내 생산을 4만대 수준으로 감산 계획을 발표했으며 해외에서도 벤츠, GM 등이 연이어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4월 국내 완성차 생산 중단 현황./제공=부산상공회의소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협력업체들이 완성차 생산 중단에 대한 우려가 컸다. 특히 이미 코로나19로 매출이 상당 폭 줄어든 상황에서 이번 반도체 공급부족이 기업 경영에 또 다른 악재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자동차시트를 제작 공급하고 있는 A사는 이번 사태가 회복되던 업황의 변수로 작용할 것을 우려했고 지난해 ‘와이어링 하네스’ 사태와 유사한 공급망 리스크로 봤다. 플라스틱 사출 제품을 생산하는 B사는 GM의 자동차 생산이 중단되면서 주문량이 감소했고 생산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단기간에 공급을 늘릴 수 없는 부품의 특성상 사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차체부품을 공급하는 C사의 경우는 아직까지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 피해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트커버를 생산하고 있는 D사도 현재 생산 차질이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협력업체 차원에서 뾰족한 대안은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차체를 생산하는 E사의 경우도 반도체 수급이 원활하게 정상화되길 기다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었고 단기적으로 현장의 근무시간 조정과 연월차 독려를 통해 생산량을 조절하는 소극적인 대응밖에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엔진부품을 생산하는 F사도 원청의 대응이 확정된 것이 없어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상의 기업동향분석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와이어링 하네스’의 경우는 우려와는 달리 중국 공장이 정상 가동되면서 장기화 되진 않았지만 이번 자동차용 반도체의 경우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어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사태 장기화로 기업들의 피해가 확대될 경우에 대비해 고용안정과 유지를 포함한 정부나 시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