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기고] 공시가 산정-보유세 정책, 독립 운영해야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지난달 부동산 공시가격이 발표되고 기초 산정자료도 처음 공개됐다. 자료공개는 환영할 만한 조치이나, 충분한 정보제공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공시가격에 대해서는 지난 3년동안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납세자 불만과 언론 비판이 쏟아졌다. 공시가격 인상 속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한편에선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언급되었다. 부동산 가격 급등기면 항시 도마에 오른 부동산 공시제도를 두고 우리 사회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지 벌써 30년이다. 공시가격을 둘러싼 분란의 확대를 단순히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인상 문제로만 이해해서는 이 모순은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큰 행정비용을 들여 운영되는 공시가격 제도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돼버린 것은 이를 마치 보유세 정책의 한 부분인 것처럼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제도를 부동산 가치의 객관적 평가라는 본래의 취지에 무색하게 부동산시장 상황에 따라 보유세 부담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임의로 활용한 잘못이 크다.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공시제도와 조세정책을 뭉뚱그려 하나로 취급한 것이 바로 혼란의 주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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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제도와 보유세 정책은 전혀 다른 별개의 영역이다. 공시가격 제도의 목표가 부동산 가치의 객관적 평가 자체에 있다면, 보유세 정책의 목표는 공평한 세부담과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있다. 따라서 공시가격은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반영해 산정되는 것이 중요하고, 또 그것으로 충분하다.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서 세부담이 얼마나 오르고 내리는가의 문제는 고려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보유세 부담의 합리적 조정은 세제당국과 국회가 담당해야 할 조세정책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불가피한 이유로 공시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는 상황에서 세부담이 문제된다면 공시가격을 낮출 것이 아니라, 보유세 부담을 직접 조정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과표로 산입되는 공시가격의 배율에 해당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떨어뜨리거나, 세부담 상한선을 낮추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법률개정을 통해 매년 조정하기 어렵다면 시행령을 통해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에서 물가에 연동해 개인소득세 과표구간이나 개별소비세 세율을 정기적으로 조정하듯이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어진 과표와 세율체계에서 세부담을 안정화한다는 명분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택이나 토지의 실제 가격을 애써 무시하고 공시가격을 오랫동안 낮은 수준으로 관리해왔다. 중간에 부동산 가격이 너무 급등해 자산불평등 문제가 두드러지고 불만이 높아지면 공시가격을 급격히 올리는 행위를 반복해왔다.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의 안착을 진정 원한다면 이제는 공시가격 산정과 보유세 정책을 분리해 각기 목적에 따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공시가격은 순차적으로 현실화하되, 보유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는 작업에 속히 착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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