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4 공급 대책’에서 신규 택지로만 수도권 18만 가구와 지방 7만 가구 등 총 25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공언했다. 광명·시흥 땅 투기 논란이 불거진 후에도 정부는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이런 정부가 지난달 29일 전격적으로 발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김규철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입지를 먼저 발표하고 사후적으로 심층 조사나 수사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29일 발표된 울산 선바위와 대전 상서 등을 제외하면 현재 남은 신규 택지는 수도권 11만 가구와 지방 2만 1,000가구 등 총 13만 1,000여 가구다.
◇투기 정황 어떻길래=김 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포착한 투기 정황이 정부의 생각보다 과도한 수준”이라고 했다. 주된 투기 형태는 필지를 쪼개서 매매하는 지분 거래다. 국토부가 이날 공개한 비수도권의 택지 후보지인 A지구의 경우 특정 연도 상반기 토지 거래량이 56건이었다가 하반기에 갑자기 453건으로 808.92% 늘었다. 그중 지분 거래 비중도 상반기 18%에서 하반기 83%로 급증했다.
다른 입지에서도 외지인 거래가 전체 거래의 절반에 달하거나 인근 지역 대비 1.5배 이상 지가가 상승하는 등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다만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국토부 직원들의 투기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투기 정밀 조사 등 처리에 시간이 걸릴 뿐 입지 발표를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검토 입지가 변경될 수 있는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김 단장은 수사 결과에 따라 후보지를 새로 발굴하느냐는 질문에 “신규 택지 후보지를 관리하고 있다”며 “가능하면 현재 지자체 협의가 끝난 택지 후보지를 최대한 공급 대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 정책 신뢰는 타격 = 시장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지만 정책 신뢰가 추락했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다. 시장에서 연기해야 한다고 말할 때도 정부는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지금와서 전격 연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어렵게 나온 입지가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문제는 더 커진다.
한 전문가는 "지난 달 29일 발표한 울산 선바위과 대전 상서 택지와 관련해 “이들 지방 지역은 오히려 공급 과잉에 대한 영향을 받는 곳”이라며 “추후 발표될 수도권 입지가 만약 실수요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을 경우 오히려 더욱 큰 정책 불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정부는 발표 시기를 하반기로 보고 있다. 하지만 투기 근절 후속 조치가 마련돼야 이상 거래에 대한 소급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련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 하반기 발표도 어려워질 수 있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