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특별정상회담에서 '즉각 폭력 중단' 등 5개 항에 합의한 이후에도 미얀마 군부의 유혈 진압이 계속되면서 아세안의 후속 조치가 부재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3일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에만 최소 6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돼 2월1일 쿠데타 이후 누적 사망자는 765명으로 집계됐다. 현지 매체에서는 전날 사망자가 8명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어떤 경우라도 아세안 합의 이후 하루 규모로는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또 24일 아세안 합의 다음 날부터는 최소 15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 사건 외에도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 구금 및 체포가 계속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세안은 무얼 하고 있느냐는 국내외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아세안은 정상회의 직후 의장 성명 부속 문건 형태로 △ 미얀마의 즉각적 폭력중단과 모든 당사자의 자제 △ 국민을 위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건설적 대화 △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이 특사로서 대화 중재 △ 인도적 지원 제공 △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넘게 지났지만 아세안 차원에서 관련 후속 조치에 대한 언급은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1일 트위터를 통해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자신의 실체가 아닌 합법적인 지도자로 보이려고 시도했다"며 그가 아세안 정상회의를 선전 도구로 악용했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은 SNS에 전날 미얀마에서 군경 발포로 8명이 사망했다는 언론 기사를 링크한 뒤 "폭력을 중단하겠다는 미얀마 쿠데타 지도자의 아세안 정상회의 약속은 어떻게 된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아세안은 무엇을 할 것인가. 더 수수방관할 것인가"라며 아세안 차원의 행동을 촉구했다.
한 네티즌은 "흘라잉이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약속했던 5개 항은 이제 확실히 휴짓조각이 됐다. 살인과 정치범에 대한 고문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 인권활동가인 띤자 슌레이 이는 트위터에 "전날에도 살인은 계속됐다"면서 "5개 항에 성공적으로 합의했다고 선언한 아세안 정상들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에게 알려달라"고 적었다.
일각에서는 아세안이 5개 합의사항을 발표했을 때 긍정적 평가도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아세안이 실행력이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필 로버트슨 HRW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당시 "합의 내용을 실천하기 위한 명백한 시간표도 없고, 아세안이 결정과 계획을 실행하는 데 약점이 있다는 게 진짜 우려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달 30일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로부터 아세안 정상회의 합의 결과를 브리핑받은 자리에서 이를 지지하면서도 조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다만 이에 대해 많은 미얀마인들은 유엔 안보리와 아세안이 서로에게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공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