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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HMM, 미운오리서 백조 되자…산은·해양진흥公 '웃음꽃'

3.7조 CB 최저5,000원 전환 가능

주가 3만5,000원대…지분가치 급증

산은 내달만기 3,000억 선택 관심





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은 HMM(011200)(옛 현대상선)이 기대 이상으로 살아나면서 주요 주주인 KDB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 등 금융 공기업이 시세 차익을 볼 기회가 생겼다. 이들 대부분은 지분 이외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사채에 3조 원 이상 지원했는데 주당 전환 가격이 5,000~7,000원 사이여서 현 3만 5,000원대를 오르내리는 현 주가와 차이가 크다. 업계는 당장 전환 만기가 돌아온 3,000억 원의 전환사채를 쥔 산은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MM이 발행한 190회 전환사채의 만기(오는 6월 30일)가 다가온다. 발행 금액은 3,000억 원으로 전액 산은이 들고 있다. 산은은 6월 29일까지 주당 5,000원에 전환할 수 있으며 30일부터 시장에 매도할 수 있다. 산은이 전액 전환한다면 전환 전 기준으로 지분 20%를 보유하게 된다. 앞으로 산은과 해양진흥공사가 투자해 만기가 도래할 전환사채나 신종자본증권의 규모는 총 3조 7,200억 원이다. 현재 주가 기준으로 HMM는 주당 3만 5,0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산은은 2016년 HMM 자율협약 과정에서 해양진흥공사(당시 해양보증보험)와 함께 현대그룹 지분을 넘겨 받았고, 현재 16.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신용보증기금도 당시 시장안정 유동화 증권(P-CBO) 방식으로 HMM을 지원했다가 지분으로 전환한 7.5%를 갖고 있다.



해양진흥공사는 해운업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후 국적 선사인 HMM 지원에 대부분의 역량을 쏟아부었고 신보 역시 중소·중견기업 대상이던 P-CBO 발행을 대기업에 해당하는 HMM에 부여했다. 두 기관 입장에서는 전폭적으로 지원한 기업의 기사회생을 바라보게 된 셈이다.



국내 기업 구조조정의 총책임자인 산은 역시 자율협약 과정에서 떠안다시피한 지분 가운데 HMM만큼 기업 가치가 커진 경우가 드물다. 현재 산은이 주요 지분을 쥔 지분법상 관계 기업은 HMM 이외에 한진칼(10.66%)인데 산은 공정 가치 평가 결과 한진칼의 지분 가치는 그대로지만 HMM 지분 가치만 1,462억 원에서 5,747억 원으로 올랐다.

해양진흥공사 역시 장부금액 기준으로 지분 가치가 614억 원에서 1,945억 원으로 늘었고 발행 금액 기준 1조 9,636억 원인 전환사채 등의 공정 가치는 4조 9,125억 원으로 뛰었다.

HMM은 지난 2020년 초반까지 정상화 작업을 거쳤지만 구체적으로 실적이 돌아온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17년 해운동맹(얼라이언스) 협약을 맺으며 새 출발을 했고 2018년에는 정부 유동성 지원을 통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했다. 2020년부터는 2018년 발주한 초대형 선박들이 순차적으로 인도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8위 컨테이너 선사로 도약했고 물동량 증가와 운임 단가 상승으로 시장 전망치를 초과하는 실적을 거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 돌아오는 3,000억 원의 전환사채에 대해 당장 시장에서 매각하기보다는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함께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시일이 촉박해 거래가 성사되지 못하면 리파이낸싱(자본재조정)을 통해 시간을 벌 것으로 예상된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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