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전문 투자자 등록을 권유하는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차익결제거래(CFD)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금융소비자보호법 규제를 피하면서 사모펀드 등 고위험 금융 상품을 쉽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권사 지점에서 ‘판매사 책임’을 피하기 위해 전문 투자자 판촉을 벌일 경우 불건전 영업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개인 전문 투자자 수는 1만 3,950명으로 전년 말 대비 20% 증가했다. 전문 투자자 숫자는 2019년 말 기준 3,331명이었으나 지난 한 해 동안 248%나 급증했다. 이는 전문 투자자 등록 요건이 대폭 완화된 요인이 크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 11월 모험 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전문 투자자 등록 요건을 완화했다. 기존에는 금융 투자 상품 잔액이 5억 원 이상이고 소득이 1억 원 또는 순자산이 10억 원 이상이면 전문 투자자로 등록이 가능했으나 잔액 요건을 5,000만 원으로 낮추고 소득 1억 5,000만 원 또는 순자산 5억 원 이상으로 문턱을 낮췄다. 전문 투자자로 등록하면 레버리지 효과가 큰 CFD 거래가 가능해지고 사모펀드 가입 시 최소 투자 금액 요건(3억 원 이상)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에 증권사들은 전문 투자자 등록을 유도하는 마케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DB금융투자는 개인 전문 투자자 신규 등록 고객에게 현금 10만 원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도 디지털 계좌를 통해 전문 투자자 등록 신청을 완료하기만 해도 5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교육 자료를 배포하고 자격 조건이 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전문 투자자 제도의 장점을 소개하는 등 홍보 활동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민주노총 대신증권지부에서는 “일부 지점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전문 투자자 등록을 유도하도록 직원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다”며 “재발하지 않도록 회사에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홍보·마케팅이 개인투자자들을 금소법의 ‘사각지대’로 유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 투자자로 등록하면 금소법에서 적합성·적정성 원칙과 설명 의무 등의 일반 투자자 대상 보호 규제를 받지 못한다.
금융 당국에서는 증권사가 전문 투자자 등록을 부추기는 마케팅이 불건전 영업 행위에 걸릴 소지가 크다고 경고한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가 전문 투자자 등록을 먼저 요구하게 되면 불완전 판매 과정에서 판매사 책임이 면제되는 부분이 생기게 된다”며 “증권사가 자기 책임을 회피할 수단으로 이용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