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오늘 오후 2시에 열린다. 검찰은 의혹에 따라 이 지검장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지검장 측이 ‘수사팀이 편향된 시각으로 성급하게 기소 결론을 내린 게 아닌지 염려된다’며 반발하고 있어 수사심의위에서 수사 계속·기소 등을 두고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오늘 오후 2시 대검찰청에서 회의를 열고 이 지검장에 대한 계속 수사·공소 제기 등 여부를 심의한다. 이 지검장이 지난 달 22일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서를 전달한 지 약 18일 만이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사건의 수사 과정 등을 외부 전문가로 꾸려진 현안 의원들이 심의·논의하는 제도다. 회의에서 현안 의원들은 수사팀·이 지검장 측 변호인이 제출한 A4 용지 30쪽 이내 의견을 토대로 기소·수사 계속 여부를 판단에 수사팀에 권고한다. 다만 권고적 효력에 그쳐, 수사팀은 수사심의위 결론에 반드시 따를 의무는 없다.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로 의견을 모으더라도 사건 수사팀이 이 지검장을 재판에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수사팀과 대검찰청은 이 지검장 기소에 대해 이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 거취 ‘1차 시험대’에 올라
검찰 수사심의위에 법조계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기소 여부 등 결론에 따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거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때문이다. 법무부가 예고한 대대적 인사에 앞서 수사심의위가 수사 중단·불기소 쪽 의견을 모으면 이 지검장 행보는 한층 자유로울 수 있다. 반면 기소로 결론내면 검찰 안팎의 사퇴 압박이 한층 거세질 수 있다. 수사심의위가 앞으로 내놓을 결과가 이 지검장 거취를 결정할 수 있는 ‘1차 시험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핵심 쟁점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에 이 지검장이 외압을 가했는지 여부다. 이 지검장은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김 전 차관 출국금지 과정을 수사하려 하자 외압을 넣어 무산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지검장은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와 검찰 조사를 통해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안양지청에 정당하고 합리적인 지휘를 했을 뿐 부당한 외압을 가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부 언론에서 이 지검장의 기소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보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이 지검장이 안양지청의 특정 간부에게 전화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수사 내용까지 상세하게 보도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의무 아닌 권고…기소 갈림길
문제는 이날 수사심의위가 내릴 결론이 앞으로 수사는 물론 검찰 고위급 인사에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쪽으로 무게를 두면 검찰의 수사 동력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신 이 지검장은 인사에서 유임되거나 대검 차장검사,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하더라도 충분한 ‘방어 논리’를 쌓을 수 있다. 게다가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오르면서 생긴 ‘기수 역전’ 현상도 이 지검장 인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4기수 선배인 김 후보자가 꼽힘으로써 ‘동기나 후배가 검찰총장에 오르면 퇴직해야 한다’는 검찰의 오랜 관례에서도 이 지검장이 자유로울 수 있다. 다만 수사심의위 결과가 의무가 아닌 권고적 성격이라 검찰이 반드시 따를 이유는 없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심의위 권고와 반대로 이 지검장을 재판에 넘길 경우 ‘스스로 만든 제도조차도 무력화했다’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 기소 쪽으로 의견이 모이면 검찰은 이 지검장을 곧바로 재판에 넘길 수 있는 명분을 얻는다. 이 지검장 입장에서는 거취를 결정할 폭이 줄 수 있다. ‘피고인이 검찰 고위직을 유지하는 건 맞지 않다’는 검찰 내 반발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대적 인사에 나서야 하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검찰 안팎의 여론이 악화되면서 이 지검장이 ‘검복(檢服)’을 벗어야 하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결과 상관 없이 檢에는 ‘후폭풍’ 불가피
법조계 안팎에서는 기소 여부 등 수사심의위가 내놓을 결과와 상관 없이 검찰이 ‘쓰나미급’ 후폭풍에 직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사심의위 결론 도출→검찰 기소 여부 결정→법무부 검찰 인사’가 이어지면서 이 지검장을 둘러싼 논란이 재차 수면 위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인사에서 법무부와 검찰이 이른바 ‘마이웨이’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 법무부·검찰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부분으로 꼽힌다. 수사팀·대검은 이 지검장 기소 등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박 장관은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지검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데 대해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당시 “이번 수사가 언론과 누구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으나 언론과 매우 밀접하다는 생각을 가졌다”며 “수사 단서가 있으면 검사는 수사할 수 밖에 없지만 ‘수사는 타이밍’이란 얘기를 안 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표적수사’에 대한 우려는 내비친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 여부는 법무부와 대검이 다시금 각을 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특히나 인사와 맞물려 있어 법무부에 대한 검사들의 반발까지 예측된다”고 분석했다. 이 지검장의 유임·승진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만큼 그의 거취를 두고 검찰 내 반대 목소리가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심의위·검찰 수사·인사가 이어지면서 검찰이 또 한 번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얘기다.
/구아모 기자 amo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