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세금 부담률이 미국의 4대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이른바 ‘GAFA’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18~2020년 세계 5만 7,000여 개 기업의 법인세 납부액과 세전 이익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의 세금 부담률은 약 30%로 GAFA의 15.4%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평균 세 부담률(25.1%)도 웃돌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세 부담에도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D램 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이 71.1%에 이른 것은 신기할 정도다.
주요 선진국들이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앞다퉈 법인세를 낮춰왔는데 한국만 역주행했다. 미국은 2010년 약 40%에 달했던 법인세 실효세율을 현재 25.77%로 대폭 낮췄다. 일본·영국은 법인세율을 약 10%포인트 내렸고 이탈리아·캐나다·프랑스는 5%포인트가량 낮췄다. 반면 한국은 2018년 법인세를 올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기업의 세금 부담을 늘렸다.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사업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17년째 텍사스주를 첫손에 꼽은 배경도 낮은 세금에 있다. 텍사스는 지방 법인세를 없애는 등 일관되게 친기업 정책을 펴왔다.
문재인 정부는 ‘반도체 강국’을 외치면서도 기업의 세 부담을 가중시키고 규제를 남발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취임식까지 생략하고 시스템 반도체 업계를 찾아 재정·세제·자금 지원 확대를 약속했지만 말잔치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산업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 기업에 해외보다 더 큰 족쇄나 모래주머니를 채우는 일은 삼가야 한다. 한국은 차량용 반도체 점유율이 세계 전체의 2.3%(2019년 기준)에 그쳤다는 점에서 아직 반도체 강국의 기반을 다지지 못했다. 기술 초격차를 확보해 우위를 점하려면 우리 기업들을 더 괴롭히지 말고 늦기 전에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