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중 주식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개인 대주주가 있는 곳이 총 34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주주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확고부동한 경영권을 갖고 있는 곳들이다. 이 중 오너가의 이사회 진출 비율이 10%대 이하로 낮아 비교적 독립적이고 투명한 경영 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6곳(17.6%)에 불과했다.
한국CXO연구소는 ‘국내 상장사 중 50% 넘게 지분 보유한 개인주주 현황 분석’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10일 밝혔다. 조사대상 2,500여 상장사 중 이달 6일 기준 개인주주가 회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곳을 집계했다. 지주회사에서 50% 넘는 지분을 보유한 개인주주는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다.
50%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34명 중 지분율이 가장 높은 건 교촌에프앤비(339770) 창업자이자 73.1%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인 권원강 전 교촌회장이었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74.13%에 달했다. 다른 주주들로부터 경영권 분쟁과 같은 외부 공격을 당할 확률이 희박한 셈이다.
김흥수 에스티오(098660) 대표도 67.73%, 이진희 자이글(234920) 대표 역시 66.17%나 되는 높은 비중의 주식을 보유 중이었다. 이밖에 장기영 TS트릴리온(317240) 대표(64.35%), 정용지 케어젠 대표(63.55%), 이좌영 유니테크노 대표(62.39%), 김진하 린드먼아시아 대표(61.85%), 서산의 염종학 최대주주(60.02%)도 개인 주식 비율이 60%를 넘었다.
개인주주 지분이 50% 넘는 34개 상장사 중 개별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액이 가장 큰 곳은 남양유업(003920)이었다. 남양유업의 지난해 매출은 9,360억 원으로 34곳 중 유일하게 지난해 매출이 5,000억 원을 넘었다.
이어 교촌에프앤비(4,358억 원), 일진머티리얼즈(020150)(2,917억 원), 연우(2,456억 원), 클리오(2,110억 원) 등의 순이었다.
이번에 집계된 34곳은 개인 비중이 높다는 점은 같지만 이사회 운영 방식에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한국CXO연구소는 오너 일가의 이사회 참여율을 기준으로 이사회 운영방식을 평가했다. 이사회에 오너 일가 참여 비율이 높으면 다소 폐쇄적인 경영을 한다고 해석할 여지가 높다. 가족 단위로 이사회를 구성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오너가 비율이 낮으면 다소나마 투명한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이사회에 오너 일가 참여 비율이 높으면 가족 단위로 이사회를 구성할 가능성이 커 다소 폐쇄적인 경영을 할 여지가 큰 반면, 오너 일가 참여 비율이 낮으면 다소나마 투명한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와토스코리아(079000)와 남양유업은 오너일가 참여 비율이 높았다. 최근 사업보고서 기준 와토스코리아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1명으로 총 4명으로 구성됐다. 이중 사내이사 3명은 송공석 대표(지분 50.76%)를 비롯해, 송 대표이사의 자녀들인 송태양·송태광 사내이사 2명이고, 오너가 비율은 75%였다.
남양유업의 최근 보고서 기준 이사회에 활동하는 인원은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2명으로 총 6명이다. 이중 오너가는 지분 51.58%를 가진 홍원식 회장을 포함해 홍 회장의 모친인 지송죽 이사, 홍 회장의 아들인 홍진석 상무 등 세 명이었다. 이중 지송죽 이사는 1929년생으로 올해 93세로 고령으로 최근 3년 간 단 한 번도 이사회에서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국CXO연구소는 설명했다.
반면 교촌에프앤비의 경우 권원강 전 회장의 지분은 70%를 넘지만 6명이 활약하는 이사회에서 권 전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는 한 명도 없었다. 풀무원도 오너가의 이사회 참여율은 9.1%로 낮은 편에 속했다. 최근 사업보고서 기준 풀무원 이사회 멤버는 총 11명으로 매우 큰 규모의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중 오너가는 남승우 이사회 의장(지분 51.84%) 한 명뿐이었다.
클래시스·아모레퍼시픽(090430)그룹·케어젠·미스터블루 등도 오너가의 이사회 참여율이 20% 미만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했다.
상장사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이번 조사 대상 34명 주주 중 작년 한 해 급여가 가장 높은 최대주주는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홍 회장은 지난 해 남양유업에서만 15억 원 상당의 보수를 지급 받았다. 지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홍 회장이 챙긴 급여는 127억 원에 달했다.
정용지 케어젠 대표(13억 2,700만 원) 오춘텍 노바텍 대표(9억 3200만 원), 신규진 광진윈텍 대표(8억 8,800만 원), 유승교 위드텍 대표(7억 5,000만 원), 기중현 연우 대표(6억 8,600만 원), 정화섭 에스앤더블류 전 대표(6억 1,700만 원) 등이 급여가 5억을 넘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최대주주 본인과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쳐 최대주주 측 지분이 50% 이상 되는 국내 상장사는 300곳이 넘었다”며 “외부 도움 없이 독자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일수록 최대주주를 견제하고 투명한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이사회 구성을 오너가가 아닌 전문성을 가진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다루소 구성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사록 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