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특별 연설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만큼은 할 말이 없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무주택자와 청년 등 실수요자에 대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현재 당정이 논의 중인 무주택 및 실수요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 규제 완화와 1주택자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 등이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집값을 다 올려놓은 뒤 뒤늦은 반성에 나섰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기존 정책 기조를 바꿀 뜻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원하는 실수요자 지원 방안이 나오기 힘들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무주택 서민, 신혼부부,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실수요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보선에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그런 심판을 받았다”며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 있었으니 그 이후 기존 정책에 대한 재검토나 보완 노력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당정이 무주택자와 1주택자 등 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나 보유세 등 세제상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상황에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라 주목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당정은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6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투기·투기과열지구에서 LTV 40%, 조정대상지역에서는 50%가 적용되는데 청년·서민 등 일정 요건을 갖춘 무주택자들에게는 각 10%포인트씩 우대해주고 있다. 여기에 10%포인트를 더 올려준다는 것이다. 또 이 우대 혜택이 적용되는 주택 가격 기준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소득 기준은 연 8,000만 원에서 1억 원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재산세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감안해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감면 확대 범위를 기존 6억 원 이하에서 9억 원 이하로 올리고 종합부동산세는 고령자나 은퇴 계층 등을 위한 공제를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디딤돌·보금자리 대출 등 정책 대출 상품의 지원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것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실수요자 지원 방안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정책 실패가 집값 상승으로 연결되면서 오히려 서민들의 내 집 마련만 더 어렵게 됐다는 반성이 바탕이 됐다. 일단 시장에서는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 변화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은 적지 않다. 집값을 잔뜩 올려놓고 이제와서 규제 완화를 언급한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4년 동안 아파트값이 2배 오른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고 언급하며 비판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집값이 안정되지 못한 것은 개념조차 모호한 투기를 억제하겠다며 여러 규제를 내놓아 시장이 왜곡된 데 따른 것”이라며 “그럼에도 현재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면 시장 불안은 이어지고, 실수요자 지원 정책 역시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