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앙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여론이 악화되는 가운데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이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르면 11일 이들 후보자 3명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사실상 임명 강행 의지를 밝히는 셈이다. 재송부 요청 기한에 따라 문 대통령이 국회 논의를 얼마나 더 지켜보겠다는 의지를 밝힐지도 관심사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4·7 재보궐 선거 참패를 확인한 문 대통령이 임명 강행을 선택하기보다는 전략적으로 1명 정도는 낙마시킬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하지만 인사청문보고서 제출 시한이었던 지난 10일 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기자회견 이후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단 질문에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나는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그냥 제쳐두고 오히려 흠결만 놓고 따지는 그런 청문회가 되고 있다”며 “무안 주기 청문회가 되는 제도로는 정말 좋은 인재들을 발탁할 수가 없다”고 국회를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후보자 한 명 한 명에 대한 발탁 취지를 설명했다. 임혜숙 후보자에 관해서는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훌륭한 능력과 함께 반도체, 인공지능(AI), 디지털 경제 등 여러 가지 일을 감당해야 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며 “여성들의 진출이 가장 적은 분야가 과기 분야인데, 롤 모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담아 여성 후보자를 지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준영 후보자에 대해서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몰락했던 우리 해운산업을 재건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앞으로 한진해운 파산 이전의 해운강국 위상을 되찾는 것이 지금 새로운 해수부 장관이 맡아야 할 역할”이라며 “그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그 점에 있어서 최고의 능력가라고 판단해 지명했다”고 강조했다. 노형욱 후보자를 두고는 “국민의 불신의 대상이 된 국토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개혁하는 것은 국토부 내부에서는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국토부가 아닌 외부에서 찾으면서 그 정도 능력을 갖춘 분이 과연 누가 있을까 고심하면서 지금의 후보자를 발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이들 중 하나라도 낙마할 경우 대안을 찾기가 마땅치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후보자들을 공개적으로 두둔하자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갑론을박’을 접고 임혜숙·박준영·노형욱 후보자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당 지도부는 이날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최종 판단을 청와대에 맡기기로 했다.
국회에 따르면 임 후보자는 아파트 다운계약·위장전입·가족 동반 외유성 출장·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무자격 지원·논문 표절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박 후보자는 배우자가 영국에서 고가의 도자기 장식품을 국내로 밀수해 판매했다는 문제가 크게 확산했다. 노 후보자도 자녀 위장전입·취득·지방세 부당 면제·공무원 특별분양 아파트 갭투자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들 3명 장관이 낙마해야 한다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 역시 임 후보자와 박 후보자에 대해선 이른바 ‘데스노트(정의당 기준 부적격 후보자)’에 이름을 올렸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내고 “인사 문제에 있어 공직자 도덕성의 치명적 흠결에 대해서는 눈감는 문 대통령에게 남은 임기 1년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