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 언어인 사진을 통해 조선왕조실록보다 더 생생하게 우리 역사·문화 유산을 사실적으로 기록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영원히 인류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수 있죠.”
미국 유수 언론에서 30년 이상 사진기자로 근무한 강형원(58·사진) 프리랜스 포토저널리스트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시대에도 사진은 첫인상을 결정할 정도로 빛을 발한다. 사진은 안 가본 곳이나 몰랐던 것을 느끼고 가치 있게 해주는 국제 언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의 역사·문화를 영어 문화권에 제대로 소개하기 위해서는 사진에다가 스토리텔링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베트남의 아홉 살 소녀가 미군의 네이팜탄 폭격으로 울부짖는 사진이 미국인들의 베트남전 반전 여론을 부추기지 않았느냐”며 “사진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소통이 되는 게 매력”이라고 했다. 사진으로 이야기하면 대화와 소통이 더 수월해진다는 것이 40여 년간 사진을 찍으며 그가 느낀 점이다.
그는 “요즘은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쉽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사진은 역사의 영원한 기록”이라며 “일본과 중국이 역사·문화 왜곡을 하더라도 우리가 사진 스토리텔링을 통해 효과적으로 진실을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중국은 없는 것도 과장하고 왜곡하는데 우리는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격하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 1.5세대로서 볼 때 한국인들이 식민사관의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우리 역사·문화에 대해 자긍심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중고교·대학을 다니며 조상의 나라에 수천 년간 영향을 미친 중국말과 한문을 공부했고,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취재할 때 국립중앙박물관의 역사 강좌를 들으며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가질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 힘든 환경에서도 꿋꿋이 중국 문화의 일부가 아니라 독자 문명을 수천 년간 진화시켜온 조상들께 존경과 고마움을 느낀다”며 “우리는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버금가는 문명국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학자들이 역사·문화를 연구할 때 신문 사진이나 기사를 가치 있게 여긴다”며 “우리 역사·문화를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카메라에 담아 ‘비주얼 히스트토리 오브 코리아(Visual History of Korea)’ 작업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구석구석 한국 전역을 발로 뛰며 찍은 수천 장의 역사·문화 사진을 연내 영어와 한글로 설명을 달아 책으로 펴내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