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CRISPR-Cas9) 시스템에 의해서 구동되는 엑스파(EXPAR) 반응을 이용해 암 등 다양한 질병에 관여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고감도로 검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향후 다양한 질병을 조기 진단하고 환자 맞춤형 치료를 구현하는 데 크게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유전자 돌연변이를 검출하는 신기술을 개발한 KAIST 생명화학공학과 박현규 교수는 “크리스퍼 시스템을 활용해 검출 특이도를 높이고 EXPAR 등온 증폭 반응을 통해 검출 민감도를 크게 향상시켜서 표적 유전자 돌연변이를 고감도로 30분 이내에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는 기존 기술 대비 증폭효율 약 10만배 증가, 검출 시간 약 50% 감소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밝혔다.
크리스퍼는 유전자 편집 기술로 DNA를 가위로 자르듯이 특정 부위를 자를 수 있고 가이드 RNA(guideRNA)와 Cas9 단백질로 구성되는데 안내자 역할을 하는 single guideRNA가 특정 유전자의 위치를 찾아가는 역할을 하고 Cas9 단백질이 유전자를 잘라내는 가위 역할을 하게 된다.
엑스파(EXPAR·Exponential amplification reaction) 기술은 약 30분의 짧은 반응 시간내 최대 1억배의 표적 핵산 증폭 효율을 구현함으로써 높은 활용 가능성을 보유한 기술이다. 구체적으로 EXPAR 기술은 절단 효소 인식 염기서열(템플릿의 중심)과 표적 핵산 상보 염기서열(템플릿의 양 말단)이 수식된 템플릿과 표적 핵산의 혼성화 반응 후, 절단 효소와 DNA 중합 효소의 작용으로 인해 이중가닥 DNA 산물이 지수함수적으로 증폭되는 기술이다.
박 교수는 “최근 몇년 동안 세포 증식, 이동성, 세포 사멸을 조절하는 과정과 연관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암의 많은 병리학적 특징이 형성되는 것이 밝혀졌고 많은 연구자가 암 예후 및 치료 효능 예측을 위한 바이오 마커로써 특정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돌연변이에 주목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유전자 돌연변이를 검출하기 위해 중합 효소 연쇄 반응(PCR)을 이용하는데 현재까지 개발된 유전자 돌연변이 검출기술들은 낮은 특이도, 낮은 검출 성능, 복잡한 검출 방법, 긴 검출 시간 등의 단점들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연구팀은 이러한 현행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개의 Cas9/sgRNA 복합체로 구성된 크리스퍼 시스템으로 유전자 돌연변이의 양 끝단을 절단한데 이어 절단된 짧은 이중 나선 유전자 돌연변이가 EXPAR 반응을 구동시키고 EXPAR 반응 생성물을 통해서 형광 신호가 발생하도록 설계함으로써 표적 유전자 돌연변이를 고감도로 매우 정확하게 검출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팀은 이 기술을 통해서 염색체 DNA내 HER2와 EGFR 유전자 돌연변이를 성공적으로 검출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유전자 돌연변이는 유방암 및 폐암의 발생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특정 치료 약제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서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중요한 바이오 마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번 개발기술은 표적 유전자 돌연변이 서열에 따라 sgRNA를 재설계함으로써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진단할 수 있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이 기술을 바탕으로 암 등 다양한 질병에 관여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고감도로 검출할 수 있게 됐다”고 연구의미를 부여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송자연·김수현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영국왕립화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나노스케일(Nanoscale)’에 2021년도 15호 표지(Back cover) 논문으로 지난달 14일 선정됐다.
/대전=박희윤 기자 h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