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로터리] 월마트, 아마존 효과와 유통업 ESG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






월마트 효과(Wal-Mart Effect)란 미국의 대형 할인점 월마트가 출점한 지역에서 고객들에게 최저가로 상품을 공급하고 경쟁을 유도해 기존 상품 가격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말한다. 월마트는 다른 누구보다 저렴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자 상품 디자인, 유통 과정, 제품 생산, 시스템 등 모든 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하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 기존 상품 가격을 상당히 낮추게 된다. 이러한 경영 혁신이 경쟁사들에 퍼지면서 수많은 도·소매 업체들의 생산성이 늘어나고 결국 미국 경제 전체의 생산성까지도 증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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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효과(Amazon Effect)는 온라인 쇼핑 확대로 전통적 소매업이 위축되고 상품 가격에 하방 압력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아마존이라는 거대한 온라인 강자의 급성장으로 많은 오프라인 기업들의 생존이 위협 받고 있으며, 중간상이 필요 없는 온라인 쇼핑의 확대와 최저가 쇼핑 경쟁은 필연적으로 물가 상승을 억제한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을 대표하는 유통 기업 아마존과 월마트는 공히 유통 시장의 혁신과 경쟁을 가속화시키며 상품 가격을 낮춰 소비자 후생 증대에 기여했다. 찰스 피시먼은 ‘월마트 이펙트’라는 저서에서 월마트의 최저가 집착은 결국 소비자의 윤리적·합리적 소비 의식과 상생의 가치를 매몰시킬 위험이 있음을 지적했다. 월마트는 소비자에게 좀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끊임없이 원가 절감 노력을 한다.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포장을 줄이며, 공급망의 효율성을 개선한다. 그런데 짜낼 만큼 짜내도 더 이상 줄일 방법이 없게 되면 결국 인건비와 재료비를 삭감하고, 공급 업체를 독촉해 공급가를 낮추게 된다. 또 수많은 공장들은 중국 등 해외로 이전하게 되고, 값싼 플라스틱을 사용하게 되며, 자동화 등으로 매장당 직원 수도 줄이게 된다. 이 밖에 저개발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해 인권 문제가 생기고, 대량 양식으로 환경 문제도 발생한다.

월마트 같은 대형 업체들은 폐쇄적이고 성과 위주의 전략에서 벗어나 좀 더 세상과 교류하고 소통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가격 할인만이 아니라 가격을 초월한 다양한 가치들을 통해 고객 및 공급 업체와 상생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 기업 경영에 불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라는 화두가 좋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유통업은 소비자와 직접 맞닿아 있고 생산에서 소비까지 경로를 책임지는 만큼 사회적 책임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유통 기업별 특성에 맞도록 ESG 전략을 수립하되 단순 기부가 아니라 임직원과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 시대의 기업들은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그에 걸맞은 사회적 존경을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월마트와 아마존이 거대한 기업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위대한 기업, 존경 받는 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내의 대형 유통 업체들도 ESG 경영을 통해 더 성장하기 전에 더 성숙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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