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떨어질 줄 모르는 요즘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문턱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며 아파트 매매를 서둘러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 또한 늘어가고 있는데요. 아파트 매매를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는 소위 ‘영끌’을 계획하는 청년들의 모습은 이미 자연스런 사회적 현상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영끌’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일까요?
이에 서울경제 부동산 매체 ‘집슐랭’은 지난 시간에 이어 ‘월급쟁이 부자로 은퇴하라’의 저자, 실전 투자자 ‘너나위’(너와 나를 위하여)와 함께 아파트 매매 전 꼭 알아야 할 원칙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다음은 ‘너나위’와 ‘집슐랭’ 기자가 나눈 문답입니다.
■ 집값이 떨어지는 걸 본 적 없는 2030세대, 부동산 전망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시장이 어떻게 될 것을 예측하려고 하는 건 사실 개인 입장에서는 별로 도움이 안 돼요. 30대 초반인 분들 같은 경우에는 집값이 떨어지는 걸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팩트체크를 하면 2012년 정도에 부동산 사장님들이 임대료를 못 낼 정도로 거래가 안되고 부동산들이 문을 많이 닫았어요. 2012년이면 딱 9년 전이잖아요. 그 시기에 지금 30대 초반 분들은 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그 얘기는 뭐냐면 ‘집값이 떨어진 적이 없다’는 틀린 말이라는 거예요.
'제가 집에 관심이 있고 나서부터는 집값이 떨어지는 걸 본 적이 없다'이게 맞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10년 그 이전 시장에 대한 경험이 있고 그 이전 시장을 알고 있는 사람들한테 조언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내다보는 게 가능할까요? 저는 그거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할 수 없어요. 오늘 저녁때 제가 집에 가면서 저한테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요. 일이 끝나고 이 건물 내려가서 1층에서 누구를 마주치게 될지 몰라요.
그런데 어떻게 집값이 오를지 떨어질지를 알겠어요. 여기서 따져봐야 될 건 내가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게 뭘까. 물건이 ‘싸냐 비싸냐'를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야 해요. 이것을 먼저 하셔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당장 초보자분들은 지금 수도권 주택시장이 싼지 비싼지 판단하기 어려우시니까 제 견해를 말씀드리면 저는 비싸다고 생각하고요. 내일부터 폭등이 올 수도 있고 내일부터 폭락이 올 수도 있고 그건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 가격이 비싼 건 확실해요.
■ 아파트 매매를 계획하는 2030세대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실수요자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 중 하나는 '주택 시장은 장기적으로 우상향을 한다'예요
10년 20년 30년을 놓고 봤을 때, 인구가 줄어들지 않냐고요? 수도권은 그렇지 않아요. 수도권 인구 줄지 않습니다. 적어도 우리 세대가 살 때까지는요.
그러면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수 있거든요. 거기에 통화량도 늘어나고 그냥 쉽게 말하면 물가인 거예요. 20년 전 짜장면 한 그릇이랑 지금 짜장면 한 그릇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아파트도 물가 개념으로 보면 장기적으로 올라간다. 그런데 다만 지금 비싸고 이게 내가 15~20년을 가지고 간다고 했을 때 그것이 중간에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사야 해요.
■ 대출을 많이 받아서라도 사야 하지 않을까요.
토해내고 싶지 않은 데 토해내야 하는 상황을 만들면 안된다는 거예요. 그게 ‘영끌’이에요. 영끌을 했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보여드릴게요. 한 달에 가구 수입이 약 500만 원 정도에 월 200만 원을 지출한다고 가정할게요. 가용자금으로 1억 5,000만 원 있었는데 5억 원 이상의 대출을 해서 집을 산다고 가정하면 만약 집값이 떨어지고 그 추세가 2~3년 이렇게 길어지면 어떨까요?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못 버텨요. 내가 매달 뭐 하고 싶은 거 참고 아끼면서 모았던 돈 전부 다 거기 들어가고 있는데 가격이 떨어진다면 못 견디는 거예요.
지난 장의 하우스 푸어들이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3년을 일해서 번 돈을 그냥 땅바닥에 다 버리고 있구나’라고 말이죠.
반면 5억원을 가지고 7억원짜리 집을 산 사람은 마음가짐은 달라요. ‘앞으로 20년 뒤에는 괜찮을 거야, 여기는 수요가 있는 수도권 지역이니까 살다 보면 출렁거리기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비싸져 있을 거야’라는 믿음이 있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 제가 영끌하려고 하시는 분들께 ‘시뮬레이션’을 해드리는 거예요. 1억 5,000만원을 가지고 7억원짜리 집을 산 사람과 5억원을 가지고 7억원짜리 집을 산 사람은 집값이 내려가는 그 구간을 버티는 게 다른 거예요. 지금 20대 분들 집이 필요 없는데도 집값이 너무 올라간다는 생각이 들고 영원히 집을 못 살 것 같다는 공포 때문에 사야 되나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조바심이 있는 분들은 안 사셔도 돼요. 기회는 반드시 와요.
■아파트 값을 감당할 돈은 어떻게 만들까요.
돈을 벌겠다고 오시는 분들이 되게 많은데 그분들한테 목표를 물어보면 ‘10억원입니다’, ‘20억원 입니다’ 등으로 말씀하세요. 이 예는 오히려 적은 편이에요. 다 ‘50억원’이라고 말씀하세요. 이렇게 말을 하시지만 실제로 그분들이 행동하는 걸 보면 평상시 연 4,000만원 벌 때랑 크게 달라지지 않는 거예요. “너나위님, 제가 워라밸을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게 해달라” 라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저도 솔직히 누군가 그런 걸 알고 있다고 하면은 좀 배우고 싶어요.
10억원을 벌겠다고 하면 내가 이 1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겠다고 하고 있는 걸 먼저 깨달아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보통 대부분 행동이 안 바뀌어요.여기 저기 왔다 갔다 한단 말이에요. 주식하고 부동산 가고 코인도 많이 하시니까. 제가 유튜브나 여러 매체에 나오면서 제가 투자를 했던 사람인 걸 아니까 이전 직장동료들이 저한테 물어본 경우들이 있어요. 근데 좀 걱정이 되더라고요. 계속 왔다 갔다 하니까요.
정보는 너무 많은데 정보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안되니까 오히려 악수를 두는 경우들이 많아요. 여러분도 다 취하려고 하지 마시고 나한테 맞는 것을 하나 정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장을 분리해서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루었던 지난 1편에 이어 이번 편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부동산 시장 속에서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주제에 대하여 ‘너나위’의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레오대출연구소의 ‘레오’ 김은진 소장과 함께 ‘어려운 부동산 대출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 예정입니다.
/강준엽 인턴기자 junyeop339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