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035720)가 국내를 비롯해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웹콘텐츠 전쟁’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웹툰에 국내 ‘웹소설 원조’인 문피아를 더하고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도 인수해 영토 확장에 나선다. 카카오는 만화 대국 일본을 휩쓴 카카오재팬의 ‘픽코마’에 북미 웹툰·웹소설 플랫폼 ‘타파스’와 ‘래디시’를 더해 네이버와 전면전을 벌일 태세를 갖췄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플랫폼 기업이 국내는 물론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웹소설과 웹툰을 두고 사활을 건 결투에 나선 것이다.
11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 웹소설 플랫폼 래디시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김창원 타파스 대표의 지분 20%가량을 933억 원에 취득, 기존 지분에 더해 타파스 지분 60.5%를 손에 쥐게 됐다. 래디시의 경우 이달 중 공개 매수를 통해 1,800억 원을 투입, 현재 18.1%인 지분율을 66.4%내외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인수 후에도 기존에 타파스와 래디시를 이끌던 경영진들이 각 기업을 그대로 맡는 동시에 카카오엔터의 글로벌전략담당(GSO)을 겸임한다.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는 “카카오엔터의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역량과 노하우가 북미 시장을 경험한 타파스·래디시와 결합돼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더 큰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네이버도 이날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 인수를 마무리했다. 네이버는 약 6억 달러(약 6,700억 원)에 왓패드 지분 100%를 확보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 웹툰과 왓패드 간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중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소설·웹툰 IP 확보에 공을 들이는 것은 두 장르가 ‘원소스 멀티유즈’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웹소설은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화 작업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크게 줄여줄 수 있다. 또 누구나 손쉽게 소설을 쓸 수 있다 보니 창조적인 콘텐츠들이 지속적으로 생산된다. 웹툰은 웹툰 자체 단계에서 발생하는 이용자 수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할 때 성공 여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창조적인 시각적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상으로 전환할 때 흥미 있는 ‘볼거리’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웹소설·웹툰·게임·영상화로 이어지는 콘텐츠 창작의 연계망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이야기’를 맡는 것이 웹소설이고 그 다음 단계인 ‘시각화’가 웹툰”이라며 “최근 웹소설이나 웹툰을 기반으로 해 제작한 영화나 드라마 등이 인기를 끌면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번 인수를 통해 각각의 약점을 보완한 것으로 평가한다. 네이버는 이미 웹툰으로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네이버 웹툰은 10개 언어, 100여 개국에서 월이용자(MAU) 7,200만 명을 확보했다. 이 중 북미 MAU가 1,000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외에서 총 8,200억 원의 거래액을 달성한 네이버 웹툰은 올해 거래액 1조 원을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웹소설 분야에서는 존재감이 약하다. 이것이 네이버가 웹소설 IP에서 강점을 지닌 문피아 인수에 나선 이유다. 아울러 네이버는 월이용자 9,400만 명을 보유한 왓패드를 인수해 단숨에 세계 최대 웹툰·웹소설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지로 국내 웹소설 시장의 ‘판’을 키웠다. ‘기다리면 무료’라는 결제 구조로 웹툰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카카오재팬은 웹툰 플랫폼 픽코마를 통해 일본에서 성공을 거뒀다. 앱애니에 따르면 픽코마는 올 1분기 글로벌 비(非)게임 애플리케이션 중 매출 증가율 3위를 기록했다. 픽코마보다 매출이 빠르게 늘어난 비게임 앱은 유튜브·트위치뿐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웹툰·웹소설 모두 영미권에서는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북미가 터전인 타파스와 래디시 인수는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전략이다. 타파스와 래디시는 규모 면에서는 네이버가 인수한 왓패드보다 작지만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실제 래디시의 지난해 MAU는 100만 명 선, 매출은 230억 원가량이었다. 반면 왓패드의 지난해 매출은 4,000만 달러(약 450억 원)로 2배가량 많다. 다만 타파스와 래디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5배, 10배 늘었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산업적으로 볼 때 국내 기업들의 북미 시장 공략은 웹콘텐츠 수출 지역 다각화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한국 웹툰의 수출 비중은 일본 30.3%, 중국 23.9%, 북미 13.7%,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 20.8%, 유럽 5.7%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진 시장인 북미와 유럽을 합쳐도 20%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미리 보기 등 이미 검증된 한국 웹툰·웹소설의 성공 방식을 북미 시장에 적용하면 수익성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