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자산운용이 대형 운용사로는 처음으로 펀드를 직접 판매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고 ‘반값 판매 보수’를 선언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직접 투자 열기에 밀려 공모 펀드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이 같은 행보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한화자산운용은 11일 펀드를 직접 판매하는 앱 ‘파인(PINE·Personal INvestment Enabler)’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파인은 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도 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이다. 한화자산운용의 공모 펀드 114개 중 글로벌 분산투자와 장기 투자를 기준으로 선별한 7개 펀드를 직접 판매한다. 가입자의 목표 은퇴 시기에 맞춰 자산 비중을 조정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 ‘LIFEPLUS TDF’와 트렌드 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언택트’ ‘차이나셀렉트헬스케어’ 등이 여기 포함됐다.
파인의 가장 큰 장점은 보수다. 판매 펀드에 붙는 판매 수수료가 없고 판매 보수도 최저다. 한화자산운용은 파인 전용 클래스인 ‘Je클래스’를 새로 만들고 이전까지 업계 최저 펀드 판매 보수인 S클래스(한국포스증권)의 50% 수준의 판매 보수를 책정했다. 초기 판매하는 7개 펀드를 파인에서 투자하면 연보수가 오프라인보다는 최대 0.54%포인트, S클래스보다는 최대 0.15%포인트 낮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에서 선취 수수료를 제외하고 1.465%, 한국포스증권에서는 1.075%인 차이나셀렉트헬스케어펀드의 연보수는 파인에서는 0.925%에 불과하다.
손쉬운 계좌 개설 및 투자도 가능하다 파인은 신분증 촬영과 휴대폰 본인 인증 방식으로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주거래은행 계좌와 즉시 연동도 가능하고 입출금도 5초면 가능하다. 연금저축 계좌도 같은 방법으로 개설할 수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MZ세대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투자 편의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공부하고 투자하기를 원하는 MZ세대를 위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투자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투자자는 펀드 수익률과 자산구성·보유종목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펀드 안내 카드 △투자·펀드상품·시장상황에 맞는 최신 투자 정보 △영상 펀드매니저 레터 등을 함께 제공한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디지털전략본부장은 “투자는 마라톤”이라며 “마라톤의 우수한 기록을 위해 러닝메이트가 필요하듯, 파인이 도움이 필요한 모든 투자자의 러닝메이트가 되겠다”고 말했다.
최근 출시 계획을 밝혀 관심을 모았던 가상 자산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는 이날 7개 상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한화자산운용은 파인에서만 판매하는 독점 펀드를 앞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연초 한화자산운용이 대형 운용사로는 처음으로 직판 앱을 출시하며 다른 운용사들도 펀드 직판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카드 앱을 통해 직판 채널인 ‘R2’를 운용하고 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연내 펀드 직판 앱 출시를 밝힌 상황이다. 직판 앱 출시에 뒤따를 수수료 인하 경쟁이 공모 펀드의 고질적인 수수료 문제를 해결해 시장 활성화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펀드 시장 부진에도 모바일 등 온라인펀드만큼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2019년말 11조6,000억원이었던 온라인펀드 설정액은 지난해말 15조6,000억원 규모로 늘었고, 올해는 지난달까지 20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펀드 시장 자체가 죽은 상황이어서 직판 채널 신설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록 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