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고객의 입장을 증명하는 증거인 것 같다. 소송은 사실관계 단계에서 승패가 결정되는데, 법관이 인정하는 사실관계는 전적으로 당사자가 제출하는 증거에 기반하게 된다. 그런데 인간의 기억이란 지극히 자의적이다. 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쉽게 왜곡되는지라 같은 자리에 있었던 사람도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동일한 계약서의 문구를 두고서도 해당 조항의 배경, 취지에 대한 생각이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다툼이 있는 사실관계에 대해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 통상 해당 사실관계의 전후사정을 면밀하게 주장·입증해 고객의 주장이 왜 타당한지를 밝히고자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퍼즐 짜맞추기 방식의 주장·입증은 그 과정이 상당히 고통스럽다. 일방 당사자의 입장에서 치밀하게 잘 짜여진 주장이라고 하더라도 제3자인 법관의 시각에서는 그냥 증거가 부족한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평가 절하될 가능성이 있다.이를 고려하면 결국 분쟁을 예방하고, 한 발 더 나아가 발생한 분쟁에서 승소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실관계에 대해 철저한 증거를 수집해 두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증거 수집 사례는 자동차에 부착된 블랙박스가 아닌가 싶다. 자동차를 운행하다 보면 언제든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블랙박스는 자동차의 모든 운행 과정, 심지어 자동차가 주차되고 있는 시간에 대해서도 주변 상황을 녹화하여 사고의 원인에 관한 결정적인 증거를 상시 수집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블랙박스만큼이나 유용한 증거수집 방안인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최근 많은 고객들이 스마트폰의 음성 녹음 기능을 활용해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고 이를 증거로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적법한 사진, 동영상의 촬영은 특정 시점, 장소에 누가 있었는지, 어떠한 행동을 하였는지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자료가 된다. 또한 계약서를 비롯한 처분문서들, 중요한 법률행위의 존재 내지 취지를 입증하는 다양한 장면들을 사진으로 촬영해 둔다면 추후 계약서의 분실이나 기억의 왜곡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
계약의 규정과 관련해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계약 조항의 정확한 취지를 계약서상 명기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사정상 쉽지 않다면 해당 조항의 배경이나 취지를 메시지나 이메일 등을 통해 남겨 둘 필요도 있다. 거래를 이어나갈 때에는 너무나도 좋은 관계였던지라 차마 계약 내용을 문서로 남기지 못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많이 보았다. 다양한 거래관계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딱딱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정 곤란하다면 주머니의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간단한 사진 한 장, 메시지 하나 남겨 두는 것이 큰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구아모 기자 amo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