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슈퍼 사이클’이라는데 …주저앉은 반도체株

[대만증시 폭락에 코스피 1.5%↓]

수요 둔화-공급 증가 등 우려로

외인 이달 '투톱' 3조 가까이 매도

삼성전자 8만원 턱걸이 연중 최저

"대부분 악재 반영…비중 확대를"





슈퍼 사이클의 도래로 올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점쳐졌던 반도체 업종의 조정이 길어지고 있다. 12일 삼성전자(005930) 주가는 장중 한때 8만 원이 깨지면서 연중 저점까지 내려갔다. 수요 둔화와 공급 확대로 업황 개선 강도가 기대치를 밑돌 수 있다는 경계심이 주가에 녹아들고 있다는 평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47.77포인트(1.49%) 하락한 3,161.66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최근 5일 중 4일을 1% 넘게 등락하면서 진폭이 다시금 확대되고 있다. 쏟아지는 ‘깜짝 실적’으로 지수를 지탱했던 1분기 실적 시즌이 마무리되고 인플레이션 공포가 부각되자 대형주를 중심으로 증시가 휘청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청정국으로 꼽히던 대만에서 확진자 10여 명이 나오면서 이날 한때 대만 자취엔지수는 역사상 최대 낙폭(8.55%)을 기록했고 코스피도 함께 흔들렸다. 이후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자취엔지수는 4.11% 하락 마감했고 TSMC도 장중 9.28% 폭락했다가 낙폭을 줄이면서 1.23% 약세로 끝냈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25%를 차지하는 반도체 투톱의 부진은 지수에 하방 압력을 높이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48% 하락한 8만 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 중에는 올해 최저점(7만 9,800원)까지 내려가며 ‘8만 전자’가 붕괴되기도 했다. SK하이닉스(000660)도 2.85% 하락한 11만 9,500원으로 종료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고점 대비 각각 17.4%, 20.6% 빠진 상태다. 휘청하는 주가에도 동학 개미는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달 개인은 삼성전자(2조 7,500억 원)와 SK하이닉스(8,930억 원)를 가장 많이 샀다. 반면 이달 외국인은 삼성전자(2조 2,540억 원)와 SK하이닉스(6,760억 원)를 최다 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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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사이클이 도래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인데도 외국인의 대량 매도세가 꺾이지 않는 데 의아해하는 투자자가 많다. 수요와 공급의 불확실성을 야기할 만한 변수의 부상이 자금 복귀를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소비처인 PC·스마트폰 등 내구재 소비가 폭발했지만 과연 올해도 수요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꾸준했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의 3대 스마트폰 업체 오포·비보·샤오미(OVX)의 오더컷(주문 감소)이 나오면서 향후 산업 내 오더컷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3대 스마트폰 제조사는 지난 4월 중순 이후 카메라 모듈에서 10% 내외 주문을 줄였고 D램 등 반도체의 감소는 관찰되지 않았다. 서버 업체들의 높은 재고도 수요 불안을 촉발하는 요인이다. 고객사들이 반도체를 쟁여뒀다면 판가 인상에 우호적인 여건이 아니다.

공급 증가 부담도 있다. 지난달 말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를 올해로 앞당겨 집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부정적 반응을 촉발한 바 있고 증권가의 올해 삼성전자 설비 투자액 추정치도 확대 추세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투자가 입장에서 수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며 “쇼티지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예상치 않게 호황기를 맞았던 IT 제품의 수요 둔화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대부분 우려가 반영됐다’며 비중 확대를 고려할 만한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스마트폰 세트 수요가 더 좋아질 수 있을지 고민할 시기는 맞지만 2분기는 서버가 있다”며 “공격적 증설은 어려우며 증설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라고 전망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도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주문을 줄인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도 공장이 셧다운돼 생산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슈퍼 사이클이 아니라는 관점에서도 현 주가는 비싸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비(非)반도체 애널리스트의 시각은 다르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략가 입장에서 (내구재 부품인) 반도체는 코로나19 최대 수혜주로 높은 소비가 향후 수요를 낮출 수 있다”며 “연말부터 최근까지 반도체 업체의 실적이 급하게 올라간 측면이 있다. 하반기 기대치를 실제로 달성할 수 있는지 불안을 느낄 법한 상황이 됐으며 적어도 2분기까지는 철강·화장품·의류·기계 업종이 시장을 아웃퍼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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