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3.8%로 상향 조정하면서도 재정 정상화에 대해 강도 높은 경고를 다시 보냈다. KDI는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 채무 통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DI는 13일 발표한 상반기 경제 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3.1%에서 3.8%로 0.7%포인트 올렸다. 이는 지난 1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6% 증가하면서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지난 2019년 4분기 수준을 넘어선 데다 대외 수요가 개선됨에 따라 수출과 설비 투자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외 기관들은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높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5%포인트 올려 3.6%로 전망했고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4.1%에서 4.6%로 올렸다. 한국금융연구원(4.1%)과 LG경제연구원(4.0%) 등 4%대를 제시한 기관도 나왔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4%를 전망하기도 했다.
KDI는 올해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18.1% 오른 6,103억 달러를 기록해 2018년에 세운 역대 최고액(6,049억 달러)을 넘길 것으로 관측했다. 경상수지 역시 829억 달러 흑자로 지난해보다 흑자 폭이 소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KDI는 2020~2022년 연평균 성장률이 1.9%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가 오는 2022년에도 기존 성장 경로를 밑도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민간 소비는 내구재 소비가 큰 폭으로 증가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서비스가 제한되며 2.5% 성장에 그칠 것이라 봤다. 고용 시장 회복 역시 더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취업자 수가 22만 명 감소한 가운데 올해 취업자 수가 기저 효과에도 19만 명 반등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소비자물가는 농축수산물 가격과 국제 유가가 상승한 영향으로 1.7%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조덕상 KDI 전망총괄은 “2분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저 효과 등으로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상회할 수 있으나 미약한 내수 회복세를 고려할 때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은 낮다”고 인플레이션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KDI는 우리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코로나19 확산 및 백신 보급 등을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에서 회복되는 상황에 대비해 정책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DI는 “최근의 재정 부담 확대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급증한 재정 적자를 축소하고 국가 채무 증가세를 통제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구구조와 산업구조 변화 등 구조적 요인에 따른 재정지출 확대가 예상된 만큼 지출 구조 조정과 재정 수입 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정책 측면에서는 대출이자 상환 유예 등 예외적인 금융 규제 완화도 잠재적 부실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점진적으로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