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악몽 같은 시간' 글 쓴 정민씨 父 "5시간 반 사이 이렇게 많은 의혹 생길 수 있나"

한강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 아버지가 한 시민으로부터 받은 그림/사진=손현씨 블로그한강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 아버지가 한 시민으로부터 받은 그림/사진=손현씨 블로그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실종된 후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 사건 관련, 정민씨의 아버지 손현(50)씨가 "악몽같은 시간"이라며 힘든 상황에 대한 심경을 드러냈다.



손씨는 13일 자신의 블로그에 '혼돈'이란 제목으로 올린 글을 통해 "악몽과 같은 4월 25일 이후 벌써 3주차가 지나간다"며 "전날 밤 11시부터 그날 아침 4시반, 불과 5시간 반 사이에 이렇게 많은 의혹이 생길 수 있나 신기하기만 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손씨는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한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를 독려한 래퍼 쌈디와 자신에게 연락을 준 BJ감스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정민이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일일이 보고 있다"며 "참 많은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살던 정민이…아쉽다"고도 적었다.

손씨는 이어 "그 아름다운 순간들이 단칼에 절단된 것이 오늘의 사진만 봐도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아는 것 같은데 왜 그들은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단순 실족사이길 원하는 걸까?"라면서 "증거가 없어서?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정말 모르겠다. 내가 인정에 이끌려 판단을 잘못하는 걸까?"라고 썼다.

손씨는 전날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서초경찰서에 수사를 확대해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손씨는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들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음을 다시 강조했다"면서 "실종 당시 (아들의 친구) A씨 개인의 행적만으로 수사를 좁히지 말고, 의혹이 제기된 상황과 인물 전부에 대해 면밀히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손씨는 탄원서와 함께 정민씨 실종 당일인 지난달 25일 오전 5시30분쯤 한강공원을 찾은 친구 A씨와 A씨 가족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등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강공원에서 정민씨와 친구 A씨를 봤다는 2명의 목격자가 추가로 나왔다. 이들은 사건 당일 새벽 2시쯤 직접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12일 연합뉴스TV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또 다른 목격자 2명을 확인해 진술을 확보했다. 지인 사이인 이들에 대한 조사는 이번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 서초경찰서가 아닌 구로경찰서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오전 1시50분~2시쯤 정민씨와 친구 A씨를 목격했는데 처음에는 바로 옆에서 봤고, 그 다음에는 20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봤다고 이 매체에 설명했다.



또한 이들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정민씨로 추정되는 남성은 바닥에 누워있는 상태고 A씨로 추정되는 야구점퍼를 입은 남성이 그 옆에 가방을 멘 채 앉아 있는 모습이 담겼다.

관련기사



새벽 2시50분쯤까지 정민씨, A씨와 가까운 거리에 머물렀다는 목격자는 "야구점퍼 입으신 분(친구 A씨로 추정)이 일으키다가 정민씨가 다시 풀썩 누웠다"며 "A씨가 갑자기 물건을 챙기고 가방 메고 계속 서성이다가 저희가 갈 때쯤 다시 정민씨 옆에 누웠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사진=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


한편 이날 서울경찰청은 정민씨의 사인은 익사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감정서를 회신 받았다고 밝혔다. 정민씨 머리 부분에서 발견된 2개 상처는 사인으로 고려할 정도가 아니라고 국과수는 판단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6개 그룹, 목격자 9명을 조사한 결과 새벽 2시부터 3시 38분까지 정민씨와 A씨가 한강공원 인근에 돗자리를 깔고 같이 누워 자거나 구토를 했다는 공통된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정민씨는 누워있거나 앉아있었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경찰은 정민씨가 실종된 지난달 25일 새벽 4시 20분쯤 A씨가 가방을 멘 채 혼자 한강에 인접한 경사면 인근에 누워 잠들어있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목격자는 "A씨가 물에 빠질 수도 있는 위험한 위치라 보고 깨웠으며 당시 손씨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오전 3시 38분부터 4시 20분께까지 정민씨와 A씨의 공통된 행적이 없고 친구만 자고 있는 상태로 발견돼, 3시 38분 이후 두 사람의 행적을 재구성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경찰은 국과수의 부검 감정서와 함께 정민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를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실종 당일 정민씨와 A씨는 인근 편의점에서 소주 360㎖ 2병, 소주 640㎖ 2병, 청하 2병, 막걸리 3병 등 총 9병을 구매했다.

다만 경찰은 구매한 술을 이들이 다 마셨다고 단정할 수 없고, 누가 더 술을 많이 마셨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은 당일 이들의 행적을 파악하는 데 의미가 있는 제보 몇 가지를 확보해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출입차량 154대를 특정해 동일 시간 출입자들을 상대로 탐문수사와 블랙박스 분석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A씨와 그 가족에 대한 경찰의 수사도 계속될 전망이다. 경찰은 A씨 어머니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은 데 이어 A씨의 노트북과 이들이 당일 현장에 타고 온 차량 블랙박스에 대한 포렌식 분석을 마쳤다. 아울러 아버지 휴대전화를 제출 받아 추가 포렌식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앙대 의대에 재학 중이던 정민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께부터 이튿날 새벽 2시께까지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친구 A씨와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실종됐다.

정민씨는 실종 닷새 만인 지난달 30일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한강공원에서 귀가하던 당시 정민씨의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었다. A씨의 휴대전화는 정민씨 실종 당일 오전 7시께 전원이 꺼진 뒤 2주 가까이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김경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