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늘어난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 등의 권고가 나오는 가운데 대규모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손실보상제도, 백신 휴가 도입 등의 국회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재정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정치권과 정부 등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중소기업위원회는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심의 중이다.
국가가 내린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 소상공인에게 정부가 직접 그 손실을 보상해주자는 것으로, 최대 쟁점은 법률이 만들어지기 이전 피해에 대한 소급 적용 여부다.
여야 의원들은 소상공인들이 입은 고통을 덜어주기에는 기존에 지급된 재난지원금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점에서 소급 적용에 뜻을 모은 상태인데, 소급 적용 시기 등에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법안 적용 당사자인 소상공인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입법청문회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재정 한계 등을 이유로 소급 적용에 부정적이다.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지난 12일 국회 산자위 중소벤처기업소위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손실보상액을 책정하면 일부 소상공인들은 보상액을 차감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 혼란이 초래된다"며 "재정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급 적용 시기, 대상, 기준 등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보상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추산이 가능하지만, 현재까지 손실보상에 필요한 재원으로 최소 2조원에서 최대 8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정부의 휴가비 지원 가능성을 열어놓은 백신휴가 도입 법안도 논의에 불이 붙었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지난달 27일 법안소위에서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에게 유급휴가를 줄 수 있도록 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경우 사업주에 유급휴가 비용을 지원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기재부는 최근 국회에 매년 막대한 재정부담을 이유로 우려 입장을 전달했다.
기재부가 제출한 '백신 유급휴가 국고지원 관련 검토' 문건에 따르면, 근로자 1천820만명을 대상으로 하루 단가 7만원을 지원할 경우 연간 약 2조5천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됐다.
형평성 문제로 인해 백신접종 전체 인원 4천400만명으로 확대할 경우 연간 최대 약 6조2천억원이 들고, 접종 당일(4시간) 및 익일 1일을 포함해 총 1.5일을 지원할 시 드는 재정은 연간 약 3조8천억원∼9조2천억원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기재부는 "향후 3차 접종 및 변이바이러스 대응 접종 등 매년 백신 접종이 여러 차례 반복될 경우 지원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87개국 재외공관을 통한 사례 조사 결과, 7개 국가만 백신휴가 제도를 시행 중이고 이 중 4개 국가는 의무 부여를 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도 휴가비용을 국가가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국내외 기관들도 한국의 재정적자 악화를 위험요인으로 지적하고 나서며 정부의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내놓은 '2021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19년 37.7%에서 지난해 44.0%로 올라선 것을 언급, "최근 적극적인 재정 운용으로 재정적자가 크게 확대되고 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했다"며 "지출 우선순위를 점검해 지출구조조정 노력을 하고, 재정사업에 대한 사전적 타당성 및 사후적 성과 평가를 엄밀히 해 재정지출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도 지난 12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대로 'Aa2'로 유지했다고 밝히면서 한국의 도전요인으로 국가채무증가를 꼽았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 지속 전망에 따라 "정부 부채가 역사적 최고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오랜 기간 확립돼 온 한국의 재정규율 이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