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무어의 법칙





미국 상원이 반도체 산업에 5년 동안 520억 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하던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 부총리는 과학기술부 관리들과의 회의를 주재하면서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회의에서 이목을 끈 것은 ‘반도체 기술의 경전’으로 통하는 ‘무어의 법칙’이 화두에 올랐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무어의 법칙 이후의 시대에 혁신적인 집적회로 기술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업계는 ‘무어의 법칙’을 새삼 소환한 사실을 조명하며 중국 정부가 반도체 등의 첨단 기술 개발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무어의 법칙’은 1965년 탄생했다. 인텔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페어차일드반도체’를 설립한 지 8년째 되던 해였다. 무어는 한 잡지에 반도체 개발 경험을 토대로 “반도체 성능이 매년 두 배의 비율로 증가하고 있다”는 글을 기고했다. 이후 캘리포니아 공대 교수 등이 이를 언급하며 ‘법칙’으로 굳어졌고 무어는 1975년 기술이 두 배로 향상되는 기간을 2년으로 수정했다.



업계는 무어의 바통을 이어받아 첨단 공정 개발 기간 단축에 매달렸고 이를 통해 시장의 패권을 움켜쥐었다. 2002년 황창규 당시 삼성전자 사장이 “반도체 집적도가 ‘1년’마다 두 배 증가할 것”이라며 내놓은 ‘황의 법칙’은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2016년 2월 호에서 기술적·경제적 한계로 ‘무어의 법칙’이 종말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도 기술자들은 탄소나노튜브 칩 등 작고 성능 좋은 반도체 개발을 위한 ‘모어 무어(More Moore)’에 전력을 기울였다.

관련기사



중국이 ‘무어의 법칙’ 이후를 논의한 것도 새로운 기술 규범을 장악하려는 ‘반도체 굴기’의 한 장면이다. 주요 국가들은 대규모 자금 지원 등을 통해 기술 개발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반도체특별법을 9월 국회에서나 통과시키고 정부 지원 규모도 적으니 산업 패권 전쟁을 어떻게 이겨낼지 걱정이다.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보다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지원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영기 논설위원


김영기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