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결제 중단을 선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 지지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경제전문 매체 포브스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비트코인의 비효율성을 잇달아 지적하며 사실상 반(反) 비트코인 진영의 대표 주자로 나섰다. 머스크는 올해 초만 해도 비트코인 지지자라고 공개 천명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12일 비트코인 채굴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비트코인 결제 중단을 돌연 선언했다.
그는 지난 15일 트위터를 통해 도지코인이 비트코인에 비해 거래 속도와 규모에서 10배 낫고 수수료도 100배 저렴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16일에는 "비트코인은 사실 고도로 중앙집중화돼 있다. 몇 안 되는 거대 채굴 회사들에 의해 지배된다"며 비트코인 채굴 방식을 재차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페이팔' 전신인 온라인 금융서비스 회사를 창업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암호화폐 전문가 당신들, 페이팔을 들어봤는가. 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선 아마 내가 당신들보다 잘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은 댓글을 달며 머스크를 비난했다. 게임개발사 픽셀매틱 최고경영자(CEO) 샘슨 모우는 머스크를 향해 "비트코인 불확실성을 지적하기보다는 바보로 생각될 위험을 감수하고 침묵하는 편이 낫다"며 페이팔 설립 주역 중 한 명이자 비트코인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리드 호프먼의 조언을 경청하라고 충고했다.
비트코인 팟캐스트 진행자 피터 매코맥도 "형편없는 정보에 따른 머스크의 비트코인 비판과 도지코인 지지는 완벽한 ‘트롤(온라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화를 돋우는 사람)’일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이에 머스크는 "이러한 아주 불쾌한 의견들은 나를 도지코인에 올인하고 싶게끔 한다"고 맞받아쳤다.
머스크와 비트코인 지지자 간 갈등이 이어지자 도지코인 개발자 중 한 명인 빌리 마커스까지 논쟁에 참여했다. 마커스는 "비트코인과 도지코인 사이에 전쟁은 없어야 한다. 둘은 공존해 서로를 도울 수 있다"며 "유일한 전쟁은 바보, 거짓말쟁이, 사기꾼을 상대로 해야 한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외신들은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띄우기 위해 비트코인을 무너트리는 행보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비트코인 신봉자들의 주장을 머스크가 계속 훼손하고 있다"며 "머스크가 5,500만명 트위터 팔로워를 통해 시장에 반복적으로 장난을 치는 것도 지겹고, 암호화폐 도박꾼들이 안쓰럽다고 느끼기도 힘들다"고 '머스크 리스크'와 암호화폐 광풍 현상을 지적했다.
포브스는 "튤립의 꽃잎을 뽑듯이 머스크는 비트코인을 붕괴시키는 1인 임무를 띤 것 같다"며 "머스크는 확실히 비트코인의 단점을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그의 영향력은 거의 없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