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코로나 백신 해외에 푼다…韓美 스와프 '청신호'

화이자·모더나·얀센 2,000만회분…AZ 포함 내달까지 8,000만회분 반출

韓美 정상회담 나흘전 발표…백신스와프 성사·한국 백신 허브화 탄력 기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본격적으로 해외에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의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다른 나라에도 백신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한국이 추진해온 한미 '백신 스와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자국민 접종에 활용해온 3종의 백신 2,000만 회 접종분을 6월 말까지 다른 나라에 보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해외에 반출하겠다고 발표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6,000만 회분을 포함하면 6월 말까지 해외로 반출하는 백신은 모두 8,000만회 접종분에 달한다.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을 마친 시민들이 관찰구역에 앉아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을 마친 시민들이 관찰구역에 앉아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발표는 시기적으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백신 지원을 협의해온 와중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은 1억9,200만 회분(9,900만 명분)의 백신을 계약했지만 공급 시기가 주로 하반기에 몰리면서 5~6월이 '보릿고개'라는 말이 나왔고, 타개책 중 하나로 미국에서 여분의 백신을 공급받은 뒤 나중에 갚는 백신 스와프를 추진해 왔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오는 21일 워싱턴DC에서 갖는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해외 지원 방침을 밝힌 것은 한미 간 '백신 스와프' 성사 가능성을 한층 높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백신 스와프가 이뤄진다면 미국의 한국 지원 대상은 AZ 백신이 아닌 화이자 등 다른 백신으로, 수백만 회 분에 이를 수 있다는 일각의 전망이 나온다. 정상회담에 맞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의 위탁생산 계약을 할 것이라는 해석도 우세하다. 이 경우 한미정상회담이 백신 스와프는 물론 한국의 백신 양산 능력을 활용한 백신 허브화 등 양국 간 '백신 동맹'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한 건강관리센터에서 13일(현지시간) 14~15세 여학생들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엄지를 추켜세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한 건강관리센터에서 13일(현지시간) 14~15세 여학생들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엄지를 추켜세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그동안 수출통제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자국 내에서 생산한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백신 3종에 대해서는 자국민 우선 접종 원칙을 들어 해외 공급을 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들 백신의 첫 해외 반출이 외국의 전염병 대유행 진정에 관심을 집중하는 와중에 이뤄진 첫 조처일 뿐이라는 미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전해 향후에도 백신 추가 공급이 이어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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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해외 지원 입장을 밝힌 AZ백신은 미국 내 긴급사용 승인이 나지 않아 미국 입장에서는 실제 접종에 사용할 수 없는 비축 개념의 여분이나 마찬가지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백신 추가 지원 입장을 밝힌 것은 미국인의 접종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태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현재 접종 가능한 12세 이상 중 56%가 최소 1회 접종을 마쳤는데, 이는 전체 인구의 47%에 해당한다. 2회차 접종까지 모두 마친 비율은 전체 인구의 37%다. 이에 따라 한때 300만 회에 달하던 일일 접종 건수는 최근 200만 회로 떨어지고, 하루 확진자 수도 1만 명 대로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시애틀 매리너스' 홈구장에서 1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쓰지 않은 관중이 매리너스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맞아 벌이는 야구 경기를 즐기고 있다. 구단 측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를 위해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아도 되는 특별구역을 관중석에 마련했다. /AP연합뉴스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시애틀 매리너스' 홈구장에서 1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쓰지 않은 관중이 매리너스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맞아 벌이는 야구 경기를 즐기고 있다. 구단 측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를 위해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아도 되는 특별구역을 관중석에 마련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6월 말까지 AZ백신 6,000만 회분 해외 반출,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에 대한 40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음에도 자국민 접종을 앞세워 백신을 독식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최근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을 면제하자고 제안했지만 일부 유럽 국가는 미국이 수출 통제부터 풀어야 한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은 이미 자국 생산 백신의 해외 공급에 나선 중국, 러시아와 비교해 '백신 외교'에서 밀린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를 염두에 둔 듯 이날 연설에서 총 8,000만 회 접종분 반출은 중국과 러시아가 지금까지 제공한 1,500만 회분보다 훨씬 많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전 세계를 위한 백신의 무기고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전염병 대유행 종식이라는 노력에서 어디서든 이 백신을 공유하겠지만 다른 나라로부터 이익을 얻고자 백신을 사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박신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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