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피플

[라이프 점프 ‘커튼콜’] ‘바보 노무현’을 그리워하며 오늘은 우리도 ‘바보’가 된다

故 노무현 대통령 12주기 추모

생전 가장 좋아했던 별명 ‘바보 노무현’…그 속엔 그의 올곧음 담겨 있어

인권변호사이자 국회의원, 16대 대통령으로 우리 곁을 살다가


■ 라이프점프 ‘커튼콜’은…

유명 작가 스티븐 킹은 부고 기사를 쇼가 끝난 뒤 배우들이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인사하는 '커튼콜'에 비유했습니다. 부고 기사는 '죽음'이 계기가 되지만 '삶'을 조명하는 글입니다. 라이프점프의 '커튼콜'은 우리 곁을 떠나간 사람들을 추억하고, 그들이 남긴 발자취를 되밟아보는 코너입니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났다./사진=노무현재단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났다./사진=노무현재단




12년 전이다. 5월의 푸름으로 가득했던 5월 23일, 그날 아침 세상은 갑작스런 비보에 침통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침 해가 떠올랐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진 날이었다. 그가 이제 이 세상에 없음에 눈물을 터뜨린 이도 있지만,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처럼 슬프지만 슬픈 현실이 낯설어 눈물조차 흘리지 못한 이도 있을 것이다. 인권변호사로, 국회의원으로, 그리고 16대 대통령으로 우리 곁에 살다간 ‘사람’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다. 라이프점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2주기를 추모하며,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를 잠시 꺼내 보려 한다.


‘가장 인간적인 대통령’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장 인간적인 대통령으로 기억한다. 그의 이름 석 자를 떠올렸을 때 권위의식이 아닌 곁을 내준 사람으로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런 노 전 대통령의 삶은 어땠을까. 어릴 적 그는 명석했으나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으로 학업을 꾸준히 이어가지 못했다. 1953년 진영대창국민학교에 입학해 학업 성적은 좋았으나 가난으로 결석이 잦았다고 한다. 6년 뒤인 1959년 3월에는 입학금이 없어 외상으로 진영중학교에 진학했다. 중학교에 다니면서 집안 형편이 더 어려워져 중학교를 1년간 휴학하기도 했다. 그 뒤 부일장학회의 장학금으로 중학교를 마치고 1966년 부산상고에 진학했다. 이런 고된 어린 시절은 그를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타인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런 그이기에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이 붙었는지도 모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별명을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게 ‘바보 노무현’이다. 그가 바보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은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 1번지라는 본인의 현역 지역구 종로를 버리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부산 출마를 선언한다. 종로에 출마했다면 당연히 당선됐겠지만, 부산에서 출마해 모두가 우려했듯 낙선하게 된다. 낙선할 것을 알면서도 대의를 위해 부산에 출마한 그를 사람들이 ‘바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어리석고 멍청한 사람을 이르는 말인데도 노 전 대통령은 생전 이 별명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람사는세상에는 바보 노무현’이라는 주제로 글을 많이 올릴 정도였다. 2002년 4월 국민경선 승리로 대선후보가 된 날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에게 “여러분을 만나면 할 말이 없고 자꾸 바보가 됩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말기에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바보 정신으로 정치를 하면 나라가 잘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보통 ‘바보’라고 하면 싫어하는 데 되레 자신을 ‘바보’라 칭하고 바보라 불리고 싶어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있어 ‘바보’는 무엇이었을까. 세상을 올곧게 바라보겠다는 의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살아생전 ‘바보 노무현’이란 별명을 제일 좋아했다고 한다./사진=노무현재단노무현 전 대통령은 살아생전 ‘바보 노무현’이란 별명을 제일 좋아했다고 한다./사진=노무현재단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나하고 가까운 우리에게만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

넓은 우리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따뜻한 사람은 불의에 대해 분노가 있는 사람이지요.

-2007년 6월 2일 참여정부평가포럼 특별강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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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기자 doer0125@lifejump.co.kr


정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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