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내년 100만명이 내는데...종부세, 난수표 되나

12년 지속된 과세기준 완화안

당정 우왕좌왕 행보만하다 '제동'

고령자 탄력세율·과세이연 등

金총리, 또 땜질카드만 만지작

20일 관계장관회의서 입장 조율

19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반포 일대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19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반포 일대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당정이 주택 보유세 완화안을 추진하다 자중지란에 빠져 가뜩이나 ‘누더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제가 한층 복잡해져 납세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12년째 지속된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는 완화안이 여당 지도부에서 검토됐다가 갑자기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여권은 부동산세 조정을 놓고 우왕좌왕하다 고령자에 대한 탄력세율 적용이나 세금을 나중에 내도록 하는 과세 이연 등 땜질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19일 당정에 따르면 이달 중 발표할 부동산 보유세 완화 방안에는 1주택자 재산세 감면 혜택을 공시가 9억 원 이하까지 적용하고 세 부담 상한선을 30%에서 완화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종부세의 경우 정부에서는 1주택자 공제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지만 여당의 반발이 거세 결론을 내리지 못하며 땜질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지 못해서 우리가 졌다는 원인 진단, 그러기 위해서 종부세 기준을 상향하고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자는 것은 원인 진단이나 처방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전날 “집값 상승분은 불로소득”이라고 강조하며 종부세 완화론을 일축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김진표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의 대출 규제 및 보유세 완화 기조에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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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분 종부세 대상자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33만 명에서 내년에는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징벌적 규제에 대한 반작용으로 집값이 급등했고, 공시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1억 원을 넘어서 4년 전에 비해 5억 원이나 올랐다. 참여정부 시절 상위 1% 부자를 상대로 부과한 종부세 대상이 급격히 늘면서 12년째 그대로인 과세 기준 9억 원을 12억 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나온 배경이다.

특히 올해 종부세 고지서를 받게 될 11월이면 대선이 넉 달밖에 남지 않아 세금 폭탄에 민심 이반이 들불처럼 번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평균 매매가가 4억~5억 원 하던 시절에 9억 원 기준을 도입했는데 지금은 매매가가 역전해 누가 봐도 이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종부세는 현재 1주택 및 일반 2주택자,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및 3주택 이상 등 두 분류에 대해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각각 6단계의 세율을 적용한다. 또 보유 기간이 5년을 넘거나 연령이 60세 이상이면 20%에서 최대 80%의 공제를 받는다. 세무 전문가도 시험공부하듯 따져봐야 할 세제에 대해 김 총리는 17일 “한 가구에 오랫동안 거주했거나 노령자·은퇴자 같은 분들에 대해 세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혀 종부세가 ‘난수표’처럼 일반 국민은 이해할 수 없는 세금이 될 처지다.

예를 들어 정부가 공시가 6억 원 이하 1주택자의 재산세율을 과표구간별로 0.05%포인트 낮춘 특례세율처럼 종부세도 1주택 장기 거주자와 고령자에게 적용한다면 누더기 종부세는 더욱 너덜너덜해질 수밖에 없다고 세무사들은 입을 모았다. 김 총리의 발언이 공제율을 추가 상향하는 정도로 그치면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집을 팔 때 세금을 내게 하는 ‘과세이연제도’ 역시 현실적으로 집행에 어려움이 많다. 매매 시 또는 상속받았을 때 세금을 회피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 재정의 근간인 세제가 후진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되면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종부세 부과 기준 상향으로 보유세 완화를 심플하게 해결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김 총리나 여당 일부 강경파의 반대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20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보유세 완화에 대한 관계 부처의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세종=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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