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美 새 대북정책, 北호응 없으면 약발 안먹혀…'전략적 인내 2.0' 회귀 예상

■ 美 새 대북정책 무용지물 되나

美, 협상 위한 첫발 北에 떠넘기고

北도 선조치 없이 국지도발 전망

현상 유지 속 북핵만 고도화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출범 100여 일 만에 새 대북 정책을 마련한 가운데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기까지 제재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조 바이든 행정부도 필연적으로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중국이 동북아시아 지역 내 북핵 위협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삼는 만큼 북한이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한 방’이 부재한 상황에서 어느 나라도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동안 북한의 핵 무력이 더욱 고도화되면서 동북아 지역의 더 큰 위협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19일 ‘실용적이고 단계적인 비핵화’라는 윤곽을 드러낸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 정책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이 아닌 ‘진통제’에 불과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유의미한 양보’를 먼저 하지 않는 한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기조가 깔려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북한 지도부는 선비핵화 조치가 체제 붕괴로 이어진다고 믿어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 2.0’에 돌입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란코프 교수는 러시아 출생으로 교환학생으로 수년간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유학한 북한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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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가 ‘스냅백’ 카드를 꺼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는 선제적으로 제재를 일부 완화한 뒤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철회하는 방식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 유권자는 북한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리더를 보고 싶어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먼저 제재를 해제하면 ‘굴복’이라는 정치 공세와 악화된 여론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대북 제재는 인권 문제, 대테러 자금 유출 등과 관련된 국제적 조치로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독자적으로 특정 제재를 해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은 중국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중국은 북한의 핵 도발 수위를 통제하면서 일정 수준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기를 바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북한과 중국 입장에서 (적당한 긴장감이) 유리하기 때문에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가지 않고 재래식 도발을 중심으로 미국에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북핵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란코프 교수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 단순 현상 유지로 보이겠지만 지금도 북한의 원심분리기는 가동 중이고 미사일에 탑재할 핵탄두는 개량되고 있다”며 “미국이 국내 정치를 의식하고 다음 선거를 기약할수록 북핵 위협이 오는 2025년, 2030년까지 연장되고 더 고도화된 핵이 다음 정권에 더 복잡한 과제로 넘어갈 뿐”이라고 경고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김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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