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칩 90% 만드는 TSMC 본진 '흔들'...애플이 기우제 지낼판 [글로벌 what]

■이상기후·코로나·미중 갈등...TSMC의 삼중고

폭염·가뭄에 수력발전까지 차질

공장 돌릴 전력·산업용수 간당간당

코로나 우려...공장간 이동도 금지

美 높은 인건비·中 눈치에 속앓이

최근 대만 중부 지역의 한 호수가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완전히 드러난 가운데 배가 좌초돼 있다. /AP연합뉴스최근 대만 중부 지역의 한 호수가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완전히 드러난 가운데 배가 좌초돼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TSMC가 미국과 중국에서 투자를 확대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TSMC의 본거지는 대만이다. 대만 경제부(MOEA)에 따르면 TSMC가 만드는 칩의 90%는 대만산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이 폭염과 56년 만의 가뭄으로 인한 전력난, 코로나19 확산, 미중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TSMC도 덩달아 삼중고를 겪고 있다. TSMC는 “아직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헤드쿼터이자 칩 생산의 메카인 대만 라인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만 정부가 전략 자산인 반도체만큼은 보호하겠다며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천재지변 앞 속수무책

지난 13일(현지 시간) 대만 남부 가오슝시 고압 변전소 설비 이상으로 400만여 가구의 전력이 끊긴 데 이어 17일에도 일대의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한 번은 갑작스러운 사고였고 또 한 번은 정부의 의도적인 순환 정전 때문이었다.

문제는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폭염으로 전력 과부하가 걸린 데다 가뭄으로 수력발전까지 차질을 빚어 TSMC도 천재지변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반도체 시장을 휘감고 있다. TSMC에 전량 칩 생산을 맡긴 애플이 기우제를 지낸다는 농담까지 떠돈다.



실제 가뭄은 TSMC를 벼랑 끝으로 조금씩 떠밀고 있다. TSMC 공장이 있는 신주과학단지에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바오산 제2저수지의 저수량은 19일 오전 기준 3.17%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TSMC는 웨이퍼 절삭과 기타 각종 화학물 제거 등에 하루 15만 6,000톤의 물을 사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만 정부가 나서 신주과학단지에 물을 우선 공급하고 농업용수 사용을 제한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TSMC가 당분간 대만에서 공장을 증설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다. 환경영향평가 등을 통과할 수 없을 만큼 물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다급해진 TSMC는 연말 가동을 목표로 남부 타이난에 산업 폐수를 재활용할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오는 2024년까지 하루 6만 7,000톤의 산업 용수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오죽 답답하면 민간 반도체 회사가 물 재활용 공장을 지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코로나에 생산 인력 쪼개고 공장 간 이동도, 출장도 올스톱

‘방역 모범국’ 대만의 추락은 TSMC를 비상 경영으로 내몰고 있다. 12일 21명이었던 신규 확진자 수는 17일 335명으로 불어났다. 이 때문에 TSMC는 19일부터 팀을 쪼개 작업하라는 지침을 냈다. 직원들은 생산 시설 이동도 할 수 없다. 불가피하게 대면 회의를 할 때도 인원 수는 회의실 수용 인원의 50%로 제한된다. 당연히 출장도 안 된다. 세계 곳곳에서 경제 재개로 반도체 주문이 몰려드는 상황에서 TSMC에 또 하나의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코로나19 초기 상황에서 중국에 공장을 둔 TSMC는 적잖은 피해를 봤다.

특히 미국·중국 등 해외 공장 증설 등에 따라 현지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시행할 수 없다. 대만에서 몇 개월간 교육을 시켜 해외로 보내는 프로그램이 멈췄기 때문이다.

美에 생산 라인 증설한다지만…높은 인건비 등에 속앓이

TSMC는 미국에 5나노(㎚, 10억 분의 1m) 라인뿐 아니라 3나노·2나노 라인도 증설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결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최근 TSMC 창업주인 장중머우는 △높은 인건비 △얇은 반도체 인재 풀 △헌신도 낮은 직원 △공장 분산에 따른 경영 비효율 등을 거론하며 미국 공장 확대에 따른 고충을 토로했다. 미국의 보조금은 일종의 모르핀일 뿐 장기적인 공장 운영에 따른 단점을 냉정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TSMC로서는 반도체가 국가 전략 자산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비효율과 수익 감소를 감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은 중국대로 TSMC를 괴롭히고 있다. 당장 첨단 칩이 아닌 성숙 공정의 칩 공장만 만든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여기에 양안 관계는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있다. 18일에는 미군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벌써 다섯 번째다. 특히 2027년은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을 맞는 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만 위협이 가시화될 수 있는 것이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곽윤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