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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약품에만 목매는 제약사…멍드는 건보재정

ETC의 90%가 보험 급여 적용돼

마케팅 노력 안해도 수익내기 편해

20년새 비중 30%서 89%로 폭증

비중 늘수록 건보재정 부담 커져

"일반의약품 시장 활성화 필요"





제약 시장의 전문의약품(ETC)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제약 업계가 마케팅 비용을 따로 쏟아붓지 않고도 일정한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는 ETC 사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병·의원, 약국 등 요양기관 공급가 기준 90%를 ETC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TC 비중이 높아질수록 가뜩이나 곳간이 비어가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이 더 악화할 수 있어 우려된다.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이전 약 30%에 불과했던 ETC 비율이 지난 2019년 88.6%까지 치솟았다. 의약분업이 안정화된 이후인 최근 10년 간을 살펴봐도 ETC 비중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ETC 비율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의사의 처방을 받지 않고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OTC) 비중은 쪼그라들고 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조만간 10%선도 무너져 한 자릿 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 업계가 ETC 공급에 공을 들이는 것은 OTC 보다 수익을 내기 쉽다는 판단에서다. 중소 업체는 물론 중견 업체 다수도 최근 조직 개편·인력 확충·비전 제시 등을 통해 ETC 사업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OTC는 광고비를 엄청나게 쏟아 부어야 하는 데다 대체재가 너무 많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면서 “반면 ETC는 의사 처방이 이뤄지기만 하면 최소 수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올해 1분기 제약 업계가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어려움을 겪었지만 ETC가 강한 기업들은 오히려 좋은 실적을 거뒀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경영자가 OTC에 힘을 쏟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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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C보다 ETC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비중이 크다는 점도 ETC 쏠림 현상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요양기관 공급가 기준 ETC 중 급여의약품(보험 적용)은 89.2%(22조8,445억 원)로 비급여의약품(보험 비적용) 10.8%(2조7,594억 원)의 9배에 달했다. 반면 OTC 중에서는 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의약품 비중이 33.7%(1조1,087억 원), 비급여의약품(66.3%·2조1,785억원)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ETC 공급을 통한 안정적 수익 창출에는 건강보험 적립금도 사실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가 ETC의 급여(건보 적용)화를 확대할 수록 재정은 악화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실제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한 해 약 60조~70조 원의 건보 재정이 의료 수가 등으로 지출된다. 전체 지출 금액 가운데 20%~30%가 의약품 비용이다. 급여의약품의 경우 환자와 건보 재정이 대체로 3대 7의 비율로 비용 부담한다. 경우에 따라 환자가 적게는 5% 많게는 50%를 부담하기도 한다. 비급여의약품은 환자가 100% 비용을 부담한다. 지난 2018년 적자 전환한 뒤 3년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건보 적립금은 이르면 내년, 늦어도 수년 내 바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에 속한 나라들과 비교해 보면 개인별 약품 사용량은 많은 반면 약제비 부담액은 적은 게 사실”이라며 “고령화와 만성질환 환자 등의 증가를 감안하면 건보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 OTC 시장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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