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급 실적으로 팡파르를 울렸던 가전 업계가 올 상반기 본격화된 ‘원자재 쇼크’ 탓에 울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소비자와 약속한 출고가를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원재료 가격에 각종 프로모션 등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1분기 분기 보고서에 생활 가전과 TV 등 주요 제품의 원재료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상황을 상세히 기록했다. 양사가 언급한 원재료는 서로 달랐지만 경영에 부담이 될 정도로 눈에 띄는 가격 상승이 있었다는 메시지는 동일했다. 종종 사업보고서에서 원재료 시황을 다루기는 하지만 이번처럼 원재료별 상승 비율까지 상세히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가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 오른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원재료 전반적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제조 원가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가전 업계는 가전의 뼈대와 외관을 이루는 철강 가격이 지난 1분기 각국의 경기 부양에 자극 받은 건설·소비 수요 탓에 크게 올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LG전자는 사업보고서에 철강 원자재 평균 가격은 지난 1분기 지난해에 비해 7.5%, 플라스틱 사출 금형 과정에 투입되는 레진은 같은 기간 7.4% 뛰었다고 명시했다. 구리는 같은 기간 4.0%, LCD TV 패널은 28.0% 상승했다고 적었다. 삼성전자는 그간 CE(소비자가전) 원재료로 TV·모니터 디스플레이 패널만 적었으나 올해 1분기만큼은 철강을 구입하는 데 총 3,395억 원을 투입했다고 적었다. 가전에 주로 들어가는 용융아연도금(GI) 강판이나 스테인리스 강판 값이 워낙 크게 올라 구매 담당 실무 직원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원재료 가격을 주시하는 상태를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에 국내 가전 업계는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일부 품목의 판매 가격을 조정한 곳도 있다. 원재료 공급사와의 협상을 통해 매입 단가를 최대한 낮추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삼성·LG 모두 제품을 처음 출시했을 때 시장에 제시한 출고가는 변경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A사 관계자는 “가전 외관에 사용되는 강판은 철강 회사와 분기 단위로 공급가격을 정하고 있으며 철강 가격 상승은 올해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라며 “일부 제품의 판매 가격 조정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 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츠(DSCC)는 LCD 가격 상승세도 올해 2분기부터 둔화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거두고 올 3분기까지 강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4분기 LCD 패널 가격은 전 분기 대비 27% 올랐고 올해 1분기에는 14.5% 상승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