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구조 개혁이 시대정신이다

오현환 논설위원

87년 민주화 이후 규제 겹겹이 누적

노조에 확 기울어진 노동시장 환경에

성장률 10%서 2~3%대로 주저앉아

인구절벽도…일반대책으론 위기 못넘겨

한국의 대처·슈뢰더 절실히 필요해져





1987년 이후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해 노동쟁의 발생 건수는 전년에 비해 13배 이상, 쟁의로 인한 손실 일수는 무려 90배 이상 늘었다. 6·10 민주항쟁으로 대통령직선제 등이 도입되면서 민주주의의 ‘87체제’가 가동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각계의 욕구 분출로 친(親)노동·친환경 등 규제가 쌓이면서 경제는 점차 시름이 깊어졌다. 노동자 보호를 위해 노동 3권이 도입됐지만 이제는 노동과 기업의 힘의 관계가 역전됐다. 노조가 이사회에 대표를 보내고 자동차 생산 라인 조정 시 동의권을 행사하는 등 경영에까지 참여해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 국제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이 바닥권을 맴돌고 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문재인 정부는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 이런 추세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기업규제 3법’ ‘기업징벌 3법’ 등 기업 의욕을 꺾는 규제를 국회 의석 수 우위를 바탕으로 무더기로 밀어붙여 도입했다.



이러다 보니 87년 당시 10% 내외였던 실질경제성장률은 꾸준히 하향해 2~3%대로 주저앉았다. 산업의 경쟁력은 계속 추락했다. 제조업의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01~2007년 7.9%에서 2011~2015년 2.2%로 5.7%포인트나 하락했다. 서비스산업의 노동생산성은 2018년 기준 6만 2,948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70%, 33개 회원국 중 28위에 그쳤다.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곳 가운데 4곳에 달했다. 국내 기업들은 투자 의욕 상실로 해외로 탈출하고 외국 기업들은 한국 진출을 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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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출마했던 18·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양극화 문제가 중대 이슈로 부상했었다. 문 대통령도 이를 염두에 뒀는지 집권하자마자 최저임금을 급속히 인상하는 등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밀어붙였다. ‘반시장 정책’이란 거센 반발에도 아랑곳없었다. 결국 자영업자 몰락, 일자리 쇼크를 초래하며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켰다.

더 큰 문제는 게임 체인저라고 할 수 있는 인구 절벽이 눈앞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15∼64세의 생산연령인구는 이미 2017년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체 인구도 지난해 줄어들면서 감소 추세로 바뀌었다. 사회 모든 부분이 움츠러들고 복지 수요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수축 사회가 폭풍처럼 다가온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면 세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연금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기금이 고갈되고 세금 부담에 허리가 휜 청년들이 고국을 떠날 것이란 우려를 쏟아낸다. 기업과 가계·국가의 부채는 이미 5,000조 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의 3배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 여당은 선거에 도움이 될 만하면 가리지 않고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 거센 파고를 금융·세제 등의 단편적인 대책으로 이겨낼 수 있을까. 없다. 무엇보다 꺼져가는 경제성장의 엔진을 되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조 개혁이 절실하다. 규제와의 전쟁을 벌여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하는 동시에 줄여나가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이중구조를 무너뜨리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혁신하는 기업이 살아날 수 있도록 친시장의 패러다임을 다시 돌려야 한다. 국민의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국민 대토론에 부쳐 합의안을 만들어내고 설득해 연금 개혁을 성공시켜야 한다. 선진국들은 이미 수차례 연금 개혁을 끝마쳤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에서 이 같은 구조 개혁이 시대정신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수축 사회의 위기가 목을 조여오기 전에 엔진을 힘차게 돌려야 한다. 4차 산업도 그 위에서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래야 우리는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는 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처럼 우리도 구조 개혁에 성공한 지도자를 필요로 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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