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금을 뺀 시장소득 격차가 역대 최대로 나타났다. 소득 주도 성장 역풍과 코로나19로 양극화가 심화하며 근로·사업·재산 소득이 모두 감소한 가운데 현금성 재난지원금 영향으로 이전소득만 증가했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균등화 시장소득 5분위 배율은 1분기 기준 16.20배로 지난 2019년 13.97배, 2020년 14.77배보다 더 악화됐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시장소득이 하위 20% 1분위보다 16.20배 많다는 의미다. 시장소득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사적 이전소득을 더해 사적 이전지출을 뺀 것으로 기초연금과 재난지원금 같은 정부 보조금을 제외한다. 경제활동을 통한 소득 격차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더 벌어진 셈이다.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도 전년 동분기 대비 1.3% 감소한 277만 8,000원, 사업소득은 1.6% 감소한 76만 7,000원으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동시에 뒷걸음질했다. 특히 근로소득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코로나19의 재확산에 따라 음식·숙박 등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감소한 가운데 자영업 업황 부진의 영향 등으로 근로·사업소득이 동시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자 배당 등 재산소득과 비경상소득도 각각 14.4%, 26.2% 줄었다. 근로·사업·재산소득이 모두 감소한 것은 지난해 2분기 이후 처음이다. 그나마 재난지원금 등 이전소득이 72만 3,000원으로 16.5% 증가한 덕에 전체 명목소득은 0.4% 늘어난 438만 4,000원을 기록했다. 특히 공적 이전소득은 49만 7,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27.9%나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0.7% 줄어 2017년 3분기(-1.8%) 이후 14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 주도 성장의 부작용으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은 가운데 코로나19까지 겹쳐 가계 소득에 큰 타격을 줬다”며 “민간 부문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이 되지 않을 경우 경기 회복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 포용 정책의 영향으로 올 들어 소득 분배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까지 포함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30배로 1년 전(6.89배)보다 다소 개선됐지만 이는 재난지원금에 따른 일회성 효과에 힘입은 것인 만큼 소득 분배가 개선됐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실제 1분위 계층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이 기간 각각 3.2%, 1.5% 감소했다. 1분위 계층의 소득 축소를 정부 재정으로 떠받친 셈이다. 5분위 계층도 근로소득은 3.9% 줄었지만 사업소득은 도리어 4.0% 늘어 1분위 계층과 비교하면 소득의 질은 더 좋은 셈이다.
한편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41만 9,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세 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품목별로 식료품·비주류음료(7.3%), 의류·신발(9.3%), 주거·수도·광열(6.8%), 가정용품·가사서비스(14.1%), 교육(8.0%) 등에서 지출이 늘었다. 특히 주류 지출은 1년 사이 17.1% 급증했다. 다만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모임 제한 등의 영향으로 비소비지출은 전년 동분기 대비 1.3% 줄어든 87만 3,000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51만 1,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0.8% 증가했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