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美 인권 전문가들, 文 향해 “北 인권에 침묵…한미 간 불협화음”

北 인권 문제 한미정상회담 의제 포함 압박

대북전단금지법·북한인권결의안 불참 비판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미국 연방하원의원 지도부와 간담회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는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회 의장. /연합뉴스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미국 연방하원의원 지도부와 간담회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는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회 의장. /연합뉴스




미국 국무부에서 인권 문제를 담당했던 인권 전문가들이 20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미국의 ‘가치 외교’에 발을 맞출 것을 호소했다.



미 국무부 출신 인권 전문가들과 미국 북한 관련 인권 단체 대표들이 이날 미국의소리(VOA)를 통해 북한 인권 문제의 실태를 강조하면서 한미 정상회담 핵심 의제로 북한 인권 문제가 포함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미국과 한국의 정책이 현재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북한 인권에 침묵하고 싶어하고, 인권 우려가 평화에 장애가 된다는 북한의 기조를 그대로 채택해 바이든 대통령도 이를 수용하기를 바란다”고 우려했다. 이어 “동맹의 한 축인 한국이 북한이 내세우는 기조를 가질 때는 절대 동맹의 힘이 강화될 수 없다”며 “북한이 한미 정상의 대화 의제를 정해서는 안 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수잔 숄티 미국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문 대통령은 많은 한국인과 미국인 애국자들이 흘린 피를 통해 태어난 귀중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김정은 대신 그들을 섬겨달라”고 당부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북한과 비핵화를 목적으로 관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권은 그런 관여와 비핵화의 일부가 돼야 한다”며 “인권을 무시하면 어떤 진전도 만들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킹 전 특사는 그동안 북핵 협상 시 인도주의와 인권 문제도 충분히 동시에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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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우리 정부는 지난 3월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을 하거나 전단을 살포할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의 처벌을 받도록 하는 대북전단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에 관여하려는 한국 내 인권 단체를 괴롭히고 그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숄티 대표는 "한국 헌법을 준수하고,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든 북한에서 태어난 사람이든 문 대통령의 가족처럼 모든 이들의 자유를 수호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15일 미국 의회 내 초당적 인권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개최한 한국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 관련 청문회에서도 “(대북 단체들은) 단지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라고 탈북단체를 옹호한 바 있다.

한국이 지난 2019년과 2020년에 이어 올해에도 유럽연합(EU)이 제출한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는 데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한국 정부가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았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이 결의안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며 “미국과 한국이 유엔에서 입장을 일치시키고 북한인권특사 임명에도 뜻을 같이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유엔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강력한 행동을 촉구하는 생각이 같은 국가들의 비공식 연합에 한국이 다시 한번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김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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