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영아 정인 양이 반복적 학대로 사망한 이른바 ‘정인이 사건’의 피고인인 양부모와 검찰이 모두 1심 재판에 불복했다. 양부가 징역 5년을 선고 받은 것을 두고 형량이 죄질에 비해 가볍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열릴 항소심에서 검찰이 양부에게 살인의 공동정범 등 다른 혐의를 적용할 지 여부 등에도 관심이 쏠린다.
22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전날 양모 장모 씨는 1심 선고 결과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사 측 역시 같은 날 항소장을 냈으며 이에 앞선 지난 18일에는 양부 안모 씨가 항소했다.
지난 14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장 씨에게는 무기징역을, 안씨에 대해서는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안씨의 법정 구속을 명령했다. 장씨의 형량에 대해서는 대체로 예상했다는 반응이 나온데 반해 안씨의 경우 죄질에 비해 형량이 가볍지 않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장씨의 지근거리에서 폭행 등 학대 사실을 안씨가 몰랐을 리 없고, 학대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안씨에 대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과 형사 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등 참작할 사정이 있다”면서도 “양부로서 피해자와 생활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피고인 장 씨의 양육 태도를 누구보다 알기 쉬움에도 수사기관 및 법정에 이르기까지 장 씨의 학대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변명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에 대한 아동 학대 신고가 수차례 이뤄졌음에도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피해자를 면밀히 보호하기보다 장 씨의 기분만을 살핀 채 방관해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재판에서 드러난 안씨의 범행을 고려할 때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안씨에게 살인죄의 공동정범,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씨가 양모 장씨의 학대 행위를 도왔고 정인이의 사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아동학대치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윤해성 연구위원도 “항소심은 사실심이고 검찰이 직접 항소를 제기한다면 1심 형량과 상관없이 공소장 변경을 통해 형량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씨에 대해 애초 아동학대치사 혐의만을 적용했던 검찰은 1심 첫 공판에서 주위적 공소사실로 살인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한 바 있다. 당시 드러난 정황을 봤을 때 살인죄 적용 가능성이 대두됐지만 아동학대치사죄만 적용한 검찰을 향해 비판 여론이 일자 이를 수용한 것이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검찰 측에서 항소한 건 기본적으로 양형 부당의 이유”라며 “항소심 첫 공판 때 항소의 이유를 자세하게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