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류근관 "K통계 시스템 구축…스타트업 '빅데이터' 갈증 풀어줄 것"

[서경이 만난 사람-류근관 통계청장]

   데이터는 규모·범위의 경제●부처 자료 연계한 통계법 개정 추진

   혁신산업 생태계 구축서 맞춤형 의료서비스까지 전방위 활용 가능

   계층이동 반영 사회통합지표 개발…부동산 통계도 표본 늘려 개선

류근관 통계청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통계청 나라셈도서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형주기자류근관 통계청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통계청 나라셈도서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형주기자




“국세청·행정안전부·교육부·국방부·건강보험의 데이터를 꿰면 어마어마한 정보가 생깁니다.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로 활용할 수 없었던 환자별 의료 데이터가 공유되며 개별 병종의 예방 치료 방법 개발이나 개인별 맞춤형 의료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고 각종 복지 및 지원 정책의 형평성과 효율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청년 벤처 사업가가 데이터에서 직관을 끌어내 사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와 공공 기관이 가진 많은 데이터로 네이버 등 정보통신기술(ICT) 공룡과 벤처 사업가 사이의 정보 격차를 줄여주겠습니다.”



류근관 통계청장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나라셈도서관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민감하지만 유용한 데이터를 연계하는 K통계 시스템이 전 세계 최초의 공공 데이터 활용 사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K통계 시스템의 핵심은 데이터 연결과 보안이라며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훨씬 더 위험한 핵 단추도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있는 만큼 산업계의 도움을 받는다면 민감한 개인정보를 암호 체계로 감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담=김현수 경제부장 hskim@sedaily.com

류근관 통계청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통계청 나라셈도서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성형주 기자류근관 통계청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통계청 나라셈도서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한국의 대표 계량경제학자인 류 청장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미국 UCLA대 경제학과 조교수 등을 지내며 평생을 통계 연구에 매달려왔다. 이름에 있는 ‘근’과 ‘관’ 모두 통계와 관련돼 있다는 위트로 자신을 소개한 그는 통계청장에 취임하며 통계 수요자에서 공급자로 자리를 바꿨다고 말한다. 취임 5개월, 류 청장은 K통계 시스템 구축에 팔을 걷어붙였다.

류 청장은 “데이터 통계야말로 경제학자들이 일컫는 규모·범위의 경제가 제대로 적용되는 재화"라며 “속성이 다른 정보를 결합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크고 100만 명의 데이터를 200만 명으로 확대할 경우 가치가 2배보다 훨씬 높아진다.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적용하려면 보다 많은 데이터를 끌어내고 연결해야 하는데 이 기본 체계가 K통계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동형암호 기술 활용, K통계 보안 강화

그는 통계등록부에 법적 지위를 부여해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는 것과 완벽한 암호 체계로 감싸는 것이 K통계 시스템 성공의 핵심이라고 꼽았다. 통계등록부는 각 부처의 행정 자료와 조사 자료를 연계해 작성한 개인 및 기업 단위의 자료로 통계청은 각 부처의 행정 자료와 통계 자료를 통합한 통계등록부를 개발하기 위해 통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류 청장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일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서 우려를 드러내지만 학계의 도움을 받아 최근 발전한 암호 체계를 활용하면 안전이 철저히 보장된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며 “그동안 통계청의 데이터 유출 사고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K통계 시스템의 보안을 위해 동형암호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4세대 암호 기술로 불리는 동형암호 기술은 데이터 활용 시 정보를 식별할 수 없게 암호화한 상태에서 이를 분석 및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돼 정보 유출 위험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여기에다 원자료에 적절한 잡음을 추가해 개인 정보를 보호하면서 분석 결과에 대한 오차와 통계적 동질성을 유지하는 차등정보보호 기술을 더해 데이터 활용과 보안 간에 조화를 이루는 특징을 가졌다. 류 청장은 “현재는 전국 대도시에 있는 리서치 데이터센터에서 물리적으로 외부 망과 차단된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를 연계 분석할 수 있지만 데이터를 반출할 때는 통계청의 허락을 얻어야 하고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민감 정보를 마스킹하는 절차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정보의 가치가 훼손되고 연구자는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만큼 불편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형암호를 활용하면 정보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특정 공간을 방문하지 않고도 정보를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계청은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동형암호 체계 관련 연구개발(R&D)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서울대와 시범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통계 빅데이터 구성, 사회통합지표 개발

빅데이터를 결합한 통계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신용카드 데이터와 모바일 통신 데이터에 교통 데이터, 은행 데이터, 온라인 판매 가격 데이터 등으로 분석 대상을 넓히고 있으며 교통연구원·신한은행 등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관련 인재 육성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통계청 직원을 대상으로 단계별 교육도 하고 있으며 민간 기업과의 인재 유치 경쟁을 위해 별도 채용 전형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류 청장은 “덩샤오핑이 중국의 개혁개방 과정에서 국민들을 설득할 때 ‘전체가 발전하려면 누군가는 먼저 갈 수 있다’고 말했다”며 “국가 통계의 중요성을 생각했을 때 최고의 전문가를 통계청에 모셔와야 하며 별도 트랙 신설은 통계청 가족들도 이해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각종 통계 시스템을 연계해 사회통합지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가졌다. 우리 사회의 사회적 포용성, 계층 간 이동 가능성, 사회적 자본의 차원으로 구성된 사회통합지표는 국세청 자료를 활용해 소득 자료를 산출하고 교육부 통계로 교육 격차를 점검한다. 고용노동부에서는 노동 상태를 확인하는데 이 자료들을 한데 모으면 계층 이동의 정도를 살펴볼 수 있다. 즉 소득에 힘을 준 가계 동향 지표에 고용과 교육이 더해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 생계 단계에서 소득 분위 변동의 이동성을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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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청장은 사회통합지표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악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만들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악용하려는 집단이 무조건 있겠지만 악용하는 집단이 비판 받는 것이 사회가 진보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통계의 정치적 해석 경계

다만 류 청장은 통계 결과에 따른 해석은 가능하지만 해석에 대한 해석은 연구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1분위 소득대비 5분위 소득이 떨어진 만큼 분배가 개선됐다고 볼 수는 있지만 왜 개선됐는지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통계청장의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을 의식한 듯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두 해석의 해석 여지가 있는 실증 분석 결과를 기관의 이름을 걸고 내지는 않는다”며 “통계청이 이 분야에 자꾸 들어가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다른 해석이 가능한 사안에 대해 기관의 이름으로 해석의 해석을 내놓는 데 신중해야 하며 통계청이 직접 나설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통계의 정치적 해석을 경계한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부동산 통계와 관련해서도 개선 중이라고 덧붙였다. “통계청장 취임일이 지난해 12월 28일이었는데 하루 뒤인 29일 한국부동산원의 보고서를 받았습니다. 살펴보니 표본이 전국 9,400개밖에 되지 않더라고요. 서울로 한정하면 더 표본이 더 줄어들겠지요. 거래 가격 변경을 알기 위해서는 같은 단지 아파트끼리 쌍을 지어 지난주 대비 이번 주 변동폭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 쌍이 지어지면 얼마나 지어지겠습니까. 결국 쌍이 지어지지 않은 아파트에 대해서는 추정거래가격을 확인하는데 가격을 실제로 보지 않은 이상 비슷하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표본을 3만 개 이상으로 늘렸고 9월에 다시 점검할 예정입니다.”

2050년 청년유권자 9%, 고령화 성장동력 떨어뜨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세계 경제가 차츰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며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3% 올라 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달 물가가 3%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류 청장은 “소비 탄력성이 낮은 원유와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르며 물가가 크게 뛰었지만 기저 효과가 상당 부분 있었던 만큼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코로나19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이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높다”고 밝혔다.

물가와 함께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분야가 대한민국의 아킬레스건으로도 꼽히는 저출산과 고령화다. 통계청도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사회구조 변화를 반영하는 지표를 준비하고 있다. 5년에 한 번 하던 장래인계추계를 2년에 한 번으로 바꿨으며 고령화 추세에 따라 연금 관련 통계를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퇴직연금통계의 포괄 범위를 확대해 기초연금·국민연금·직역연금·개인연금·주택연금을 포함하는 포괄적 연금 통계 개발을 오는 2023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금의 포괄성과 충분성,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고 연금 미수급 계층 등의 사각지대를 파악할 예정이다. 류 청장은 “그동안 주관 부처가 달라 연금 관련 포괄적인 지표가 없었다”며 “금융위원회 등의 협조를 얻어 통합 지표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류 청장 역시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산율은 0.84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데드크로스’를 보였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해 4분기의 출산율은 0.75명으로까지 내려갔다.

“저출산·고령화 관련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저출산이나 고령화 중 하나만 와도 인구 재앙이라고 하는데 둘 다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1960년대에는 청년 유권자의 비율이 전체의 35%였는데 지금은 절반인 17% 정도로 줄었고 2050년에는 9%로 떨어집니다. 반면 고령층 유권자의 비율은 2050년 전체의 54%나 차지합니다. 고령층 유권자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복지에 세금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이 방식은 지속 성장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미성년자에게 표를 주거나 여생에 비례해 가중 투표권을 주는 방안까지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정리=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사진=성형주 기자

◇He is··· △1960년 충남 보령 △1983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0년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 박사 △1990~1995년 미 UCLA대 경제학과 조교수 △1995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1998~2000년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은행분과 위원 △2020년~ 통계청장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세종=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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