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게 덜어내고, 공연·관람의 효율은 꽉 채웠다.
국립극장 대극장인 해오름이 4년 여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최근 언론에 그 모습을 처음 공개했다. 새로 단장한 해오름의 특징은 객석과 무대 폭을 과감하게 줄였다는 데 있다. 오래된 시설을 손보며 규모를 키우는 통상의 리모델링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객석은 기존 1,563석에서 1,221석으로 줄이고, 최대 22.4m였던 무대 폭도 17m로 줄였다. 과거 해오름은 무대 폭이 넓은 데다 느슨한 객석 배치로 관람객의 시야 확보가 어렵고 집중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와 함께 객석 경사도도 높여 보다 쾌적한 관람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신경 쓴 것은 음향이다. 국내 공연장 최초로 몰입형 입체 음향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총 132대의 스피커를 통해 객석 어느 위치에서나 선명하고 생생한 음감을 느낄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지난 18일 진행된 시연회에서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아리랑 환상곡부터 국립창극단의 ‘아비방연’과 ‘트로이의 여인들’ 속 음원, 베토벤 심포니 7번, 국악기 소금 연주, 셀린디온의 ‘더더 파워 오브 러브’ 등을 재생하며 각기 다른 음향 효과를 선보였는데, 장르·악기별 특성을 반영한 한층 풍성하고 입체적인 소리를 구현해냈다. 특히 아비방연 음원에는 음향을 공연장 좌우전후로 이동시키는 기술을 적용했는데, 소리꾼의 소리와 배경으로 깔리는 종소리가 마치 관객의 주변을 맴도는 듯한 생생함이 오롯이 전달됐다. 이 외에도 별도의 확성 장치 없이 자연 음 그대로 선율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객석 내벽에는 48개의 가변식 음향 제어 장치인 ‘어쿠스틱 배너’를 설치해 공연 장르에 따라 음향 잔향 시간을시건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관객들의 편의도 높였다. 무인 발권 시스템, 자동 검표 시스템을 도입했고, 기존의 거대한 돌계단을 없애고 바로 공연장에 입장할 수 있도록 외관을 바꿨다.
1973년 장충동 현재 자리에 개관한 국립극장은 2004년 로비·객석 인테리어 보수를 제외하곤 공연 환경을 손본 적이 없었다. 지난 2017년 10월부터 진행한 이번 리모델링 사업에는 총 658억 원이 투입됐다. 김철호 국립극장장은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자연 음향 공연과 다양한 연출 방식의 수용이 가능해졌다”며 “보다 현대적이고 수준 높은 공연을 제작해 국립극장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극장은 극장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오는 6월부터 8월까지월 시범 운영 기간을 두고 국립창극단 ‘귀토’와 국립국악관현악단 ‘소소음악회’, 국립무용단 운영을‘산조’를 선보이며 2021-2022 레퍼토리 시즌이 시작되는 9월 공식 재개관한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