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북한이 대화에 응할 것을 주문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남북 간 ‘판문점 선언’과 북미 간 ‘싱가포르 합의’에 기초한다는 내용을 담은 만큼 협상 재개를 결정하는 공은 “북한에 넘어갔다”는 이유에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미국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교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북한이 실제로 관여를 하고자 하는지 기다리며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이틀 뒤 미국 언론을 통해 북한이 대화에 응할 것을 재차 요구한 것이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말 새 대북정책 검토를 마치고 북한에 이를 설명하고 전달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한 상태다. 이에 북한은 측은 “잘 접수했다”고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기회가 북한과 외교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실용적, 단계적 접근’으로 알려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외교적 해법을 중시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다만, 그는 “북한이 유엔(UN)에 의해 분명히 금지된 행동에 계속 관여해 제재가 유지되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외교적으로 추구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북제재 기조는 유지될 것을 암시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역시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북미대화 의지의 상징적 의미가 담긴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임명까지 종합적으로 보면 남북미가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충분한 여건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북으로서도 내심 기대했던 싱가포르 북미 합의에 기초한 대화 접근 가능성이 분명해졌다”며 북한의 호응을 기대했다.
이종주 통일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정신으로 돌아와 대화와 협력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나오기를 기대한다”며 북한과 대화 재개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장관은 경색된 남북 관계가 개선될 환경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북한이 민감해 하는 인권 문제가 언급된 데 대해 “트럼프 시절 나왔던 대북 인권에 대한 시각에 비해서는 훨씬 유연하다”며 “대북인권 문제를 인도주의에 대한 지속적 협력 추진 측면으로도 보기 때문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할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UN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얼마만큼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느냐에 따라 단계적으로, 동시적 상응 조치를 만들어가는 유연한 접근 가능성이 분명히 열려있다”고 주장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