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北에 공 넘긴 美…'체제보장' 원하는 北과 샅바싸움 이어갈듯

■한미정상회담 이후…북미대화 벌써부터 회의론

바이든식 대화 속 압박, 서로 양보만 요구하다 대치 가능성

北 응할 명분없고 美도 '전략적 인내2.0'으로 北 방치 유력

北, 경제제재·재해로 식량난 심각…극적으로 대화 나설수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 별장으로 가기 위해 워싱턴DC 백악관을 나서며 손을 흔들고 있다./워싱턴DC=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 별장으로 가기 위해 워싱턴DC 백악관을 나서며 손을 흔들고 있다./워싱턴DC=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뒤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 공은 북한 코트에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을 내놓은 만큼 북한이 화답하라는 의미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24일 한 방송에 출연해 “북한이 내심 기대했던 싱가포르 북미 합의에 기초한 대화 가능성이 열렸다”며 “남북·북미 관계가 개선될 여건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이 당장 어떤 식으로든 화답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할 ‘당근책’이 없어 당분간 버티기로 나서며 기회를 엿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8월까지 미국과 샅바 싸움을 하며 버틴 후 한미군사훈련 재개 여부 등 대외 여건을 살펴보며 후속 행보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한, 8월까지 ‘샅바 싸움’만 할 것=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무 차원의 대화 채널에는 아예 응하지 않고 국지적 도발을 하며 미국과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정상 간 합의를 통해 체제 보장과 핵 문제를 교환하는 일괄 타결을 선호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미국이 선제적으로 경제제재 해제 등을 해줄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실무 차원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신인균 경기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나온 문구는 수사적 표현에 불과하며 북한이 만족할 만한 유인책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핵 동결 조치 등 행동으로 보여줘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는데 김 위원장이 이를 이행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대북 전문가 역시 “김 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톱다운’ 방식으로 북핵 문제와 북한 체제 보장을 맞바꾸고 싶어 하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반대인 실무 차원의 점진적 접근법을 내세웠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실무진 차원의 대화에 응할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BC방송 캡처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BC방송 캡처




이에 따라 북한이 8월까지 시간을 끌며 미국과 ‘샅바 싸움’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를 언급했지만 ‘당근책’은 따로 내놓지 않아 미북 간 교집합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한은 미국에 협상 카드를 들고 오라는 신호를 보내며 8월까지 샅바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북한은 미국 정부에 크게 반응하지 않으며 서두르지도 않겠다는 기조로 나올 것”이라며 “이후 한미군사훈련 재개 여부 등 대외 여건을 살펴보면서 후속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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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전략적 인내 2.0’으로 가나=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말 새 대북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식 일괄 타결이 아니고 오바마식 전략적 인내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접근 방식으로 대화와 압박 등 두 가지 방안을 병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제안 등을 반영하며 최근 대화로 무게중심이 기운 상황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반영돼 양국 정상은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 정상의 바람과 달리 북한이 대화에 호응하지 않을 경우, 버락 오바마 정부와 같은 ‘전략적 인내 2.0’이 될 위험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은 대북 제재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북한은 미국에 적대시 정책을 먼저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미국과 북한이 서로 양보하라고 요구하는 대치 국면이 이어질 것이고 결국 바이든 대통령도 북한이 무력 도발만 하지 않는다면 북한을 방치하는 ‘전략적 인내 2.0’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 역시 “미국이 북한에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 제안을 한다면 북한이 움직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북한은 ‘현상 유지’를 외칠 것”이라며 “이 경우 북미·남북 관계가 모두 현재와 같이 경색된 국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북한이 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관건은 북한의 경제난 극복 여부인데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자연재해 등으로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김덕훈 내각 총리가 연일 경제 현장을 방문하며 민생 챙기기에 분주한 모습인데 북한이 경제난 극복을 위해 8월 이후 대화에 나서며 하반기나 내년 초 남북정상회담에도 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한 대북 관련 전문가는 “유엔 안보리 제재에 중국마저 동참하면서 북한의 경제난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며 “북한이 경제난 극복과 내년 남한의 대통령 선거 등에 영향을 주기 위해 하반기나 내년 초 극적으로 남북정상회담에 응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강동효 기자·김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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