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에서 발표된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투자 계획과 관련해 미국 주(州)정부들의 유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약 19조 2,000억 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투자 지역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주정부와의 인센티브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뉴욕주는 신규 반도체 지원 법안 마련에 나섰고 다른 주정부들도 추가 인센티브를 검토하는 등 주정부 간 삼성전자 유치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오스틴에 공장(사진)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는 미국에 170억 달러의 투자를 공식화했지만 추가 공장이 들어설 지역과 착공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한미정상회담에 맞춰 세부적인 내용이 나올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과 달리 삼성전자는 “여러 지역과 협상 중으로,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정부와 의회 차원에서 반도체 부문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추진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투자 지역 발표 시기도 이와 맞물려 있을 것이라고 봤다. 외신에 따르면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향후 5년 동안 미국의 반도체 칩 생산과 연구개발(R&D)을 확대하기 위해 520억 달러의 긴급 자원 지원 등을 포함한 법안을 최근 발표했다. 이 법안은 미 의회가 지난해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반도체 생산 촉진’을 위해 연방정부가 나설 수 있게 한 조항을 담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러한 의회의 움직임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500억 달러에 달하는 지원금을 인프라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과도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의 기존 파운드리 공장이 위치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시도 추가 인센티브를 내놓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미 투자가 국가 간 이벤트의 성격을 띠게 되며 더 많은 혜택을 제공 받을 여지도 생겼다. 한국 정부도 측면 지원에 나섰다. 문승욱 산업통상부 장관은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직후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한국 기업을 위해 세제·인프라 등 인센티브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